이종근<부천원예농협 조합장>
이종근<부천원예농협 조합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5.12.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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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파고 넘을 지혜 모으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2월 20일 공식 발효한다. 2012년 5월 협상을 시작한 후 3년 반 만이다. 나도 그렇지만 처음 협상을 시작할 당시부터 농업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어려운 농업 현실에 더해 값싼 중국 농산물이 몰려 올 것을 생각하면 막막하다는 말만으로도 부족하다.

정부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농어촌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농협과 수협,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이 상생협력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마련하는 안을 내놓았다.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 규모의 기금이다. 세액공제와 기부금 손금 산입,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한 액수의 기금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연 자발적 기부를 통한 기금조성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누가 재원을 부담할 것이며 혜택은 누가 얼마나 보게 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말들이다.

값싼 중국 농산물 유입 막막해
장기적 특성에 맞는 대안 마련해야

제도가 급변하면 이익을 보는 쪽이 생기고 큰 손실을 입는 쪽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 생태계 균형을 좌우하는 ‘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국민 누구나 민감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임에 틀림없다. 

이미 시작된 FTA라면 한중 FTA로 얻은 이익금을 농촌을 살리고 농업을 창조산업으로 이끄는데 사용해야 한다. 한 예로 횡성군은 내년 농업 분야 예산을 대폭 늘려 농협과 함께 산지유통시설(APC)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시설은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선별하고, 소포장한 후 유통까지 맡는다. 또 로컬푸드 매장을 확대하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쌀의 홍콩수출도 추진한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 대책과는 별도로 지방정부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저가, 대량물품으로 공습하는 중국시장 개방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중앙정부는 농촌을 보호하기 위한 장기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농협도 대단히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부는 물론 농민으로 인해 성장한 농협도 FTA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