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있으나 꽃을 살 수 없는 세상
꽃은 있으나 꽃을 살 수 없는 세상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5.12.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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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얼마 전 과천화훼단지를 방문했다. 화훼단지 입구에는 폐자재들이 한 곳에 놓여 있었고 고령의 농업인들과 외국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꽃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천화훼종합센터 건립과 관련해 한 고령의 농업인은 “시설도 노후화되고 나도 고령이라 투자의욕이 별반 없고 농사를 지어도 원가도 안 나오고 고가의 자재비만 들어가는 상황인데다 얼마 전 화훼종합센터 투자설명회 문자도 받았으나 아예 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화훼단지 시공업체에서 일한다는 A씨는 “현재 과천화훼단지가 보다시피 너무 낙후되어 있어 땅 소유주들은 하루빨리 새로운 화훼종합센터로 가기를 원할 것 같다”며 자신도 하루빨리 과천시가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인덕원역 근처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B씨는 “20년 전보다 화원 수가 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고 인근에 화훼단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간판조차 사라졌으며 시에서 운영했던 화훼전시회 등 행사들도 많이 없어졌고 현재 인덕원역 근처도 개발 진행 중이라 타지로 이전했거나 업종 변경 및 폐업한 업주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최근 부천역에서 탐스러운 꽃다발을 안고 있는 젊은 남성과 일행들을 우연히 발견한 기자는 반가운 마음에 꽃 구매와 관련된 질문들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그들은 꽃다발은 그날이 은사님의 생신이라 친한 제자들끼리 모여 이마트에 가서 2만 5천원을 2만원으로 깎아 샀다고 했다. 그들은 처음 유명 백화점에 갔더니 장미꽃 한 송이가 5천원이라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이마트로 옮겨 와 꽃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일행 중 한 여성은 “오늘 구매한 꽃다발 수준이라면 1만원~1만5천원이면 살 것 같고 먹을 것도 아닌데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화훼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농업전문기관들의 꽃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며 꽃은 생산되나 꽃집이 없고 소비자들은 꽃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힘들어하고 있다.

꽃은 아름다우나 꽃을 생산하는 이들의 마음은 나날이 아프고 꽃은 있으나 편안하게 꽃을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정초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