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자신이 재배하는 농작물을 자식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좋은 생육환경을 만들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소득을 올리고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자식 키우듯이 온 정성을 다해 보살피면서 키운다는 얘기다.
그렇게 키운 농작물이 눈앞에서 매몰처분 된다고 생각하니 오죽 답답하고 허망하겠는가. 화상병이 발생한 한 농가는 30여 년 간 지어오던 배 농원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피해 보상을 받더라도 10여년이 지나야 제대로 농사를 짓게 되는데 나이도 있거니와 어떻게 방향을 잡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단다. 나이 많은 농업인들은 화상병으로 폐원을 할 경우 과수농사의 특성상 재기 불능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상병의 점염경로나 원인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면서 유해균이나 해충을 차단하는 예방책을 마련, 이 같은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온 나라가 메르스의 초기 대응실패를 지적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개방화 시대, 생활환경이 바뀌고 교통·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교류만큼 동식물의 교류도 빈번하게 이뤄지는 환경이다. 이번 화상병을 기회로 유해균이나 해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검역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농가의 시름도 덜고 안전 농산물 생산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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