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농업은 기후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원예 시론 / 농업은 기후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0.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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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라는 전문용어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와 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IPCC의 기후변화보고서를 필두로 기후변화가 인류의 건강, 식량, 생태계, 심지어 의식주에 미칠 비관적인 예측 결과가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면서 점차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투모로우’, ‘해운대’와 같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가 기후변화의 극단적인 결과를 리얼하게 보여 주면서 이제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마치 당장에 일어날 현실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일이며, 미래를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일이다. 농업은 어떤 산업인가? 인류의 가장 원시산업이며,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녹색산업이다. 과거 어느 문명도 농업의 발전 없이 번창하지 못하였으며, 농업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아무리 첨단산업이 발전하더라도 농업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궁무진한 자연에너지를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것이다.농업은 특별한 에너지원 대신 햇빛, 물, 바람 등을 이용하므로 다른 산업에 비해 자연환경의 변화 즉, 기후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산업보다도 기후 의존도가 큰 농업은 장기적인 타임스케일로 변화될 기후변화에 의해 농작물의 품질과 생산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은 다양한 형태로 재배하는 법을 터득했고,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차분히 개량해 왔으며, 농작물 스스로도 기후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의 기온상승이 평균 0.74℃에 지나지 않은 반면, 앞으로 100년 동안 진행될 기온상승은 4~6℃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미래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기상조건에 의한 농작물의 생장과 품질의 변화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하여 기후변화가 농작물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기반과 기술을 구축해야 하겠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국지적인 기상, 생물계절, 품질, 병해충 발생, 기상재해 발생, 특이 증상과 장해 발생을 철저히 조사하여 기록해야 하겠다. 또한 영향평가를 위한 첨단 인공기상온실, 기상재해 재현시설 등을 갖춘 기후변화종합연구동의 설치가 시급히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조사 분석 자료를 기후변화와 농작물의 관계를 정량화하는데 활용한다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가 농업에 가져다줄 불리한 점과 유리한 점을 시공간적으로 분석하여야 하겠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한쪽 면에 치우친 경우가 많아서 대단히 우려스러우며,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지역의 농작물이 어느 지역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던가, 어느 지역은 특정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게 된다는 등의 내용 들이다. 기후변화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부정적인 면 뒤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빨간색의 ‘후지’ 사과의 경우, 수확기에 기온이 올라가면 과실의 색이 나빠져 급격히 재배적지가 감소하게 되겠지만 그 자리에는 고온에서도 좋은 색을 낼 수 있는 다른 사과 품종이나, 다른 농작물의 재배가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기후변화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와 긍정적인 효과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공간적 예측이다. 시공간적인 예측자료는 기후변화를 대비한 미래 농업정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마지막으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품종 육성과 소득 작물의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겠다. 장기적인 작물 육성 개발 계획을 세워서, 현재 기후조건에 적합하도록 육성한 품종을 대체할 신품종을 육성하야 하겠다.또한 현재 열대나 아열대 지역의 유전자원을 적극 도입하고, 평가하고, 개량하여 따뜻해지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 작물 개발에도 힘써야 하겠다. 이러한 신작물에 맞는 재배법, 작형의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친환경적인 병해충의 관리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야 나가야 하겠다.미래 농업의 성패는 결국 기후변화에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를 통해 농업은 안정적인 기반을 유지할 수 있고, 국민에게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우리 농업의 국제적인 경쟁력 제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기후변화는 농업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짧은 기간에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이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