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농업인 공동시설 합리적 이용방안
원예 시론 / 농업인 공동시설 합리적 이용방안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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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만해도 먹을거리는 그리 충분치 않았다. 물론 부모님 세대에는 그 먹을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보리를 수확하기 전에 겪어야 했던 배고픔의 시절을 일컫는 ‘보릿고개’라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을 지나 불과 20~30년 만에 경제부흥을 일으켜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는 빈곤국에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탈바꿈하고 있으니 우리의 국력신장이 대단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의 시대는 단순 먹을거리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른바 ‘안전농산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이에 정부에서도 식품안전 종합대책의 하나로 안전한 농산물 공급체계의 정착을 서두르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안전한 농식품을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공급하는 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우리 농산물을 고급화하여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정책도 제시되고 있다. 안전한 농식품 공급체계가 빠른 시일 안에 정착되려면 연구 분야에서는 수확후 품질 관리기술에 대한 실용적인 연구가 많이 보급되어야 하고 정부의 정책사업으로서 신선 농식품의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시설과 운영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그러나 신선 농식품 유통체계의 중요한 틀을 구성하는 전처리(예냉, 세척, 훈증) 시설, 선별시설, 저장시설, 포장 및 저온수송 차량 등 하드웨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수확 후 관리시설은 농산물 품질의 균일화, 안전성 향상 및 상품화를 위한 유통센터나 선별작업장은 개인이 투자하여 운영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기반시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과실과 채소 등 원예산물의 선별, 포장, 유통을 담당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 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ng Center)가 정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APC는 농업인 공동체가 이용하는 공용시설이며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을 책임지고 나아가 농산물 고급화 및 상품성 향상을 통한 수출 증대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농업의 근간 시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시설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농업인 공동이용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설에만(APC내 저온저장고) 농사용 전기료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저장고나 건조기 뿐 아니라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다기능 선별기기를 비롯하여 세척, 자동화 포장기기 등이 폭넓게 이용된다. 그런데 안전한 농식품 공급 및 농가소득 향상이라는 같은 목적의 동일 시설 내에서도 작업의 성격이 다르다고 하여 선별이나 양곡 도정 시설의 전기료 사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사용료가 높은 산업용 전기료를 부담하고 있으니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농업인들의 부담이 가중될뿐더러 이러한 부담은 고스란히 품질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안전농산물 생산과 품질고급화에 장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따라서 APC와 같은 농업인 공동이용 시설은 고가의 산업용 전기료 보다는 농사용 전기료를 적용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업인들이 경쟁력을 갖추어 농산물 품질고급화 및 안전성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최인명<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