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는 튜울립 꽃 중에 색깔이 얼룩덜룩한 무늬를 보이는 희귀한 꽃 한 송이가 풍차 방앗간 한 채의 값이었다고 한다. 16~17세기 유럽의 귀족들은 이런 희귀한 튜울립 꽃 한 송이를 소유하기 위하여 풍차 방앗간 한 채를 팔아서 자기 정원에 심어 고이 간직하였고, 또한 이러한 튜울립 구근은 신부의 혼인 지참금으로 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의 진귀한 튜울립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가 있다. 이 진귀한 꽃은 점차적으로 대중화 되어 튜울립 열광시대의 종막을 내렸다. 자연과학의 발달로 이 희귀하였던 튜울립 꽃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꽃 색깔이 비정상적으로 얼룩덜룩한 무늬가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은 이 바이러스 이름을 꽃 색깔이 파손되었다는 의미에서 학술적으로 튜울립 브레이킹 바이러스(Tulip breaking virus, TBV)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의 귀족들이 바이러스병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비싼 풍차 방앗간을 튜울립 한 송이와 바꾸었겠는가? 지금 우리는 신종 인플라엔자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란 용어를 주변에서 흔히 접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원래 의미는 라틴어로 독(毒)을 의미한다. 바이러스의 정의는 초광학현미경적 크기(1만분의 1mm)의 병원체로서 스스로 대사 작용을 못하고, 살아 있는 세포내에서 증식하며, 주로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되어있다. 인간이나 동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일부 백신이 개발되어 치료가 가능하지만, 식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국내외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치료약제가 아직까지는 개발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것은 동물과 식물의 면역체계 기능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인간의 가장 근본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현장에서 바이러스에 대하여 속수무책인가? 그러하지는 않다. 예방대책이 최고의 방제 수단이고, 이를 위한 실천이 곧 방제의 최선 대책이라는 마음가짐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간이 병에 걸리면 먼저 병명을 알기 위하여 진단을 한 후 처방을 한다.농작물도 이와 같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여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낸 다음, 바이러스 종류별 전염양식에 따라 예방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인간이나 동물은 하나하나의 개체가 중요한 반면, 농작물은 집단이 중요한 경제적 개념 도입이 또한 필요하다. 초기에 감염된 농작물 몇 포기를 제거하여, 발병 확산의 근원지를 절단하는 농작물 재배지에 대한 수술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식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중간 매개자인 곤충 또는 토양 미생물 등을 차단하는 생태적 방제의 접근이 현재로는 최선의 대책이다. 미래를 향한 식물 바이러스의 치료 기반기술인 바이러스 유전자와 식물 유전자간의 상호작용 해석연구가 지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튜울립 소유가 부자를 상징하였던 그 시기를 상상하며, 골치병으로 알려진 농작물 바이러스병을 치료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연구원의 손놀림은 바쁘게 움직인다.■최국선<농진청 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