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 재 / 수 / 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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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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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표시제, 농산물 안전성 표준기준 아니다

   
요즘 농산물 소비트렌드를 보면 ‘국산’이라면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일단 애국하는 차원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봐야겠지만, 세계시장 개방화시대에 이런 미덕(?)이 국산농산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점검해봐야 한다.지난 8일 정부는 ‘농산물품질관리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하며 원산지표시제 의무화 확대정책으로 통신판매를 통한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 있어 원산지표시제를 의무화하는 법규를 밝혔다. 이에 따라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도 원산지표시제가 의무화되고 이를 어길 시에는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 업체명과 위반내역 등이 공개되며 과중한 벌금도 물게 돼 앞으로 원산지를 거짓표기하거나 아예 표기를 안 하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제대로 알권리 중 ‘하나’를 보장받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분위기는 원산지표시만 잘 하면 농산물의 질과 상관없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다. 원산지표시라고 해봤자 대개 ‘배추(국내산), 땅콩(중국산), 포도(칠레산)’과 같이 품목명 뒤에 국가명을 표기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소비자들은 ‘국내산은 무조건 좋고, 중국산은 무조건 나쁘며, 칠레산은 그런대로 먹어줄만 하다’는 뜻으로 기표를 잘못 인식해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이런 인식의 틈새를 노리고 질 나쁜 농산물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들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된다.특히 통신판매 같은 경우는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져볼 수 없어 원산지표시제를 담보로 물건을 믿고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반품절차도 까다로운데다 반품처리된 것을 되파는 경우도 있어 원산지표시제가 통신판매까지 확대됐다하더라도 상품의 안전성을 전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원산지표시제를 아예 시행하지 않는 것보다 시행하는 쪽이 그나마 안전하다. 다만 이것이 농산물의 안전을 보장하는 표준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그 기준처럼 남용될 수 있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농산물은 재배환경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인데 원산지표시제에 너무 힘이 실려 이러한 차별성마저 균일화될까 염려스럽다. 국내 농산물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원산지표시제에 세심한 접근과 더불어 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주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최현주<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