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 재 / 수 / 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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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9.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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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농약인증제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는 친환경인증제도 가운데 저농약인증제를 20 10년부터 폐지하고, 올해까지 승인한 저농약인증은 2015년까지 유예기간을 둬 농가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인증제 중 저농약인증제도가 사라짐과 동시에 정부가 친환경인증제도에 따라 지원하던 저농약인증제 보조금도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농가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그 방향을 모색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조금이 아니다. 농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친환경농사를 지으려는 농가는 이제 어디서 인정을 받게 될 것인가 하는 가치보상에 따른 대응방안은 아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까지 친환경인증마크를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친환경농산물이 될 수 없다니 답답한 심정이 아닐까.한 과실농가는 저농약인증제 폐지를 놓고 “솔직히 말해보자, 농약을 아예 치지 않고 상품가치가 있는 과실을 생산해낼 기술력이 현재 국내에 확보돼 있다고 정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또 다른 농가는 “당신 앞에 무기농으로 생산한 사과가 있는데 그게 약을 안 쳐 저농약보다 몸에는 유익할 지언정, 벌레가 먹어 온통 검은 구멍투성이라면 제값 주고 사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는가”하고 물어왔다. 농가현실은 아직 농약 없이는 과실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인데, 저농약인증제도가 폐지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정부는 저농약인증제는 유기농으로 가는 친환경 농업의 단계적 과정이라 어차피 폐지되어야 하는 시한부적 제도였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소비자들이 ‘친환경’하면 ‘무농약’으로 알고 있던 터라 친환경인증제에 있어 저농약인증제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친환경인증제도에 대한 홍보부족이 빚어낸 인식부족의 결과이지 생산자의 잘못이 아니다.또 정부의 말대로 저농약인증제의 앞날이 미리부터 계산돼 있었다면 이를 폐지하겠다고 공포한 시기에는 농가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물론 정부는 앞으로 농촌진흥청과 같은 연구기관을 통해 과실수를 유기농으로 지어도 별 탈이 없도록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과실 농사를 짓는 일이 당분간 불가능하다면 GAP인증제도라도 끌어들여 저농약인증농가를 GAP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대책을 밝혔다.그러나 GAP는 우수농산물품질인증제이지 농약을 얼마만큼 사용했느냐, 또 사용하지 않았느냐를 가리는 기준제도는 아니다. 또 농약허용기준치로 따지자면 저농약인증제보다 농약을 더 쳐도 허용이 되는 기준이라 정부가 제시한 ‘친환경농업의 단계’적인 순서로 과연 합당한 인증제가 될 것인지도 의아하다. 유기농·무기농 기술보급 부분에 있어서도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어 불확실하다.농사는 정책으로 엎치락뒤치락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농사꾼은 한 번의 결실을 위해 1년 이상의 시간과 정성을 투자한다. 그 1년이 평생인 게 바로 농사꾼의 삶이다. 정부는 저농약인증제 폐지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는 생산자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친환경인증제도에 대한 정립을 다시 수립하는 등 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최현주<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