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해남 세발나물을 아시나요?
원예 시론 / 해남 세발나물을 아시나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9.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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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에 가면 철마다 싱싱한 먹거리가 풍부하다. 바다에서는 여러 가지 물고기가, 갯벌에서는 조개, 낙지, 문어 등이 많이 잡히고 기름진 벌판에서는 다양한 농작물이 생산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라남도를 방문하면 이번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한번쯤은 고민하게 된다.최근에는 세발나물이라는 생소한 채소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세발나물이라는 이름은 전라남도의 바닷가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인데 다리가 가늘다고 세발낙지 -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발 (실제로는 다리)이 세 개인 낙지를 세발낙지라고 부른다고 잘못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잎이 가늘어 세발나물이라고 불리어 지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세발나물의 본래 이름은 ‘갯개미자리’이며 지역에 따라 ‘갯나물’, ‘개미나물’또는 ‘나도별꽃’등으로 불리어진다. ‘갯개미자리’는 석죽과에 속하는 1~2년생 식물로서 학명은 Spergularia marina Griseb. 이다.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닷가 갯벌 근처의 바위틈에서 자란다.식물체의 길이는 10~20cm 정도 자라며 원줄기 아랫부분에서 여러 개의 옆줄기가 나오고 잎은 끝이 뾰족하며 솔잎과 유사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꽃은 5월에서부터 8월까지 피는데 5장의 흰색 꽃잎을 갖추고 있다. 종자는 적갈색을 띄며 크기가 0.5mm 정도로 아주 작아 다른 협잡물과 섞여 있을 때는 맨눈으로 종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현미경으로 종자를 관찰하면 종자의 껍데기에 돌기가 많이 나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전남 바닷가의 주민들은 예전부터 ‘갯개미자리’를 세발나물이라고 부르면서 이른 봄에 갯가나 간척지 논 등 자연상태의 세발나물의 싹이 10cm 내외로 자랐을 때 잘라서 물에 살짝 데쳐 된장 등으로 무쳐 먹었다고 하는데 단지 이른 봄의 별미 정도로 생각하였던 것 같고 본격적인 재배는 시도되지 않았었다. 해남군의 일부 농가에서는 겨울철 세발나물을 재배하여 인근 도시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양은 소량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한 겨울철 싱싱한 채소가 드문 시기에 짙은 녹색의 싱싱한 세발나물의 짭조름하면서도 아삭아삭한 맛에 반한 소비자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이에 힘입어 세발나물의 새로운 작물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세발나물을 해남군의 특성화 품목으로 선정하고 농민들과 같이 2006년부터 다양한 재배시험을 시작하였으며 특히 2008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공모한 지역특성화사업의 신소득작목분야에 선정되어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실제로 세발나물을 인위적으로 재배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종자 수확과 파종, 시비, 관수, 생육관리 및 수확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였다.그 중 가장 큰 업적은 노지에서는 3월경 1회만 수확할 수 있는 수확기를 겨울철 무가온 하우스재배법을 확립함으로서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 3회 이상 수확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수확량이 많아져 농가의 소득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싱싱한 세발나물의 맛을 꽤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발나물이 각광받는 신소득 작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좋은 품질의 세발나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파종량, 관수량과 관수방법, 시비법 등을 구명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는 재배 초기여서 병해충 발생이 심하지 않지만 재배역사가 길어지고 면적이 증가하면 병해충 발생의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세발나물의 조리 특성상 무농약재배를 반드시 하여야 하므로 친환경적인 병해충 방제방법 개발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세발나물의 조리법은 된장무침, 샐러드 및 부침개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세발나물이 소비자들에게 한발 더 다다가기 위해서는 세발나물의 특유한 맛과 아삭거림 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하고 영양분을 분석하여 세발나물의 우수성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세발나물이라는 새로운 채소가 각 가정의 식탁에 올라 새로운 맛을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우종규<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