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빛, 소리, 냄새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 냄새이다. 냄새 물질(페로몬)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곤충이 짝짓기를 위하여 내는 것을 성페로몬이라 한다. 암컷은 같은 종끼리만 알 수 있는 성페로몬을 내어 수컷을 자극하며, 수컷은 암컷에게 접근하여 구애행동을 하고 암컷의 승낙 하에 짝짓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천적에게 들켜 잡혀 먹히는 수도 있으므로, 다른 종이나 천적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종 특유의 성페로몬을 만들어 왔다.사람들은 이러한 성페로몬을 알아내고, 심지어 페로몬 성분의 구조를 분석하여 성페로몬의 활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성페로몬을 이용한 해충방제기술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성페로몬 덫(트랩)을 이용하여 해충의 수컷들을 유인하여 죽이거나 발생량을 측정하는 것이며(대량유살 또는 예찰), 두 번째 방법은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페로몬을 공기 중에 방출시키면 사방에서 암컷의 신호가 오므로, 수컷은 암컷을 찾아 헤매다가 교미할 기회를 놓쳐 자손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교미교란). 이 두 가지 기술은 차세대 해충방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곤충의 성페로몬은 자연계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므로 다른 생물들에게는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을 뿐더러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인 해충방제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성페로몬은 햇빛, 산소, 수분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고순도의 성페로몬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농업해충과에서는 이미 수 년 동안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담배나방, 멸강나방, 파밤나방 등 7가지 주요 농작물 해충에 대하여 성페로몬 트랩을 만들어서 이를 예찰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시설재배 작물에서는 성페로몬 트랩을 이용하여 담배나방수컷을 유인하여 죽이거나 교미교란으로 밀도를 낮추는 등 우수한 성과를 얻을 바 있다.성페로몬을 이용한 해충방제기술이 실용화되면 양질의 먹을거리 생산은 물론 자연환경 보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에서는 친환경 안전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농약사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성페로몬을 이용한 해충방제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박형만<농업과학기술원 농업해충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