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품목농협 조합장이 바라본 원예산업 - 사과
2023년 결산-품목농협 조합장이 바라본 원예산업 - 사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12.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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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저온 및 우박·태풍, 인명피해 … ‘힘들었던 해’로 기억
여름철 1168mm 폭우로 사과 생육불량 및 생산량 저조
영농자재비 상승 및 외국인 노동자, 수급 불량 등 산적한 난제 많아
서병진(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
서 병 진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

2023년은 사과재배 농업인들에 가장 힘들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개화기 저온 피해를 시작으로 우박, 태풍 피해를 겪었으며 사과 최대주산지인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과수원 피해를 넘어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 많은 비로 전국에서 발생한 탄저병 역시 우리 농업인들을 힘들게 했다. 예로 경북 안동의 경우 올해 강수량은 1,517mm로 작년 655mm의 두 배가 넘는데, 그 가운데 1,168mm가 사과 주요 생육기인 6~9월 사이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기상 이변으로 올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5%, 평년 대비 16% 감소한 42만 5천 톤 내외로 추정되며 후지 품종의 대과(3~4단) 비율도 전년 대비 13%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3년산 사과 저장량도 전년 대비 31% 감소한 20만 3천 톤으로 추정되는데, 12월 후지의 가격이 전년보다 높은 50,000~54,000원/10kg(가락시장) 정도로 형성되고 있어 조기 출하하는 농가들이 많고 수확기 기상 조건이 나빠 저장성이 나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과 재배면적은 최근 33,000ha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고목 갱신을 통한 신규 과원 조성이 꾸준히 늘고 있다.

품종 선호도를 볼 때 면적 비중이 큰 후지 품종은 꾸준히 줄고 있으며 대표적인 추석 명절 사과로 여겨지던 홍로 역시 탄저병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감소하고 있다. 홍로를 대체할 품종으로 아리수의 선호도가 높으며 감홍이나 시나노골드 품종 역시 소비자의 호평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각각 11%,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과를 비롯한 우리나라 과수 농업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영농자재비의 상승, 외국인 노동자 수급 불량과 높아지는 인건비 등 어려운 농업환경은 우리 농업인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있는 동시에 사과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 생산 농가는 지난 여름철에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피해를 입었으며 사과 생산량의 감소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사과 생산 농가는 지난 여름철에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피해를 입었으며 사과 생산량의 감소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또한 사과를생산하는 농업인의 노동력을 덜어내는 효과를 보기 위해 경북 청송군과의 업무협약을 맺고 ‘꼭지무절단 사과의 유통 확대’를 통해 생산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고밀식 재배방식에서 벗어나 ‘다축형 재배’ 연구와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축형 재배’는 입체형 수형을 평면적 수형으로 구현한 새로운 재배방식으로, 높은 채광률로 사과의 품질은 높이고 낮은 수고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으며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 살포의 횟수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과 과원에 품질좋은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사과 과원에 품질좋은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5차 산업 시대의 산물인 ‘스마트팜’ 역시 어려운 농업환경을 타개할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시설원예에서나 보던 스마트 시설은 이제 노지재배로까지 확장되어 로봇으로 대변되는 기계화, 기상대와 연계한 재해방지, 토양 습도를 고려한 자동 관수시설, 예찰 트랩을 통한 병해충 적기 방제 기술 등을 구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신품종 개발과 보급 역시 중요하다. 청송군은 시나노골드 품종을 적극적으로 보급해 ‘브랜드화’ 했으며, 군위군 역시 농촌진흥청 및 우리 농협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골든볼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역별 특색이 묻어나는 맞춤형 품종을 재배한다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사과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관련기관 및 농협, 우리 농업인들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힘을 모은다면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