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 꽃 검역 체계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다.
천막을 씌운 주차장에서 소독을 진행하고, 훈증 여부는 민간 업체 자율에 맡겨지는 구조 속에 국민은 아무런 확인도 없이 수입 꽃을 마주하고 있다. ‘검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허술한 제도가 사실상 수입 개방을 무방비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검역은 국가가 자국 생산기반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그런데 지금 수입 꽃에 대한 검역 실태는 이 같은 검역의 본질적 기능을 방기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수입업자가 선정한 업체가 훈증을 진행하고, 정부는 사후 확인만 한다’는 구조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전형적인 회색지대다.
현장 농민들의 분노는 타당하다. 우리나라 화훼 농가는 2013년 8,200호에서 2023년 4,500호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도 1,800헥타르에서 900헥타르 이하로 급감했다.
소비 감소와 외국산 수입 증가가 겹치면서 화훼 농가의 기반은 이미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나마 남은 내수시장마저 검역의 구멍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면, 농가들이 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역이 신뢰를 잃으면 시장도 무너진다.
최근 진행된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CCTV 설치, 방제업체 무작위 배정, 전문 소독시설 도입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들이다.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검역본부와 농식품부는 수입 절화의 훈증과정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제도 재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자조금 단체나 생산자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화훼는 산업으로 보면 작지만, 정서적으로는 국민 생활과 가까운 품목이다. 꽃을 기르고 파는 사람들의 손을 놓게 만든다면, 그 책임은 제도를 방치한 정부에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치겠다’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제도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