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①-FTA 시대, 농업 경쟁력 다시 짓다] FTA 시대, 농업정책 ‘보완’에서 ‘전환’으로
[특별기획①-FTA 시대, 농업 경쟁력 다시 짓다] FTA 시대, 농업정책 ‘보완’에서 ‘전환’으로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5.07.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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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사업(사진= 청송군)
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사업(사진= 청송군)

ㆍ보호 아닌 변화 … 농민 체감하는 실질정책 핵심
ㆍ고품질 생산기반·종자자립·정책보험 … 구조전환 핵심 축

# ‘2025년 FTA 분야 교육·홍보 기획 연재’를 시작하며

자유무역협정(FTA)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나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했으며,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농식품 소비국 및 수출국 모두가 이 협정망 안에 포함돼 있다. 이는 곧 한국 농업이 전 지구적 식량 체계의 교환 구조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의미한다. 수입 개방은 협상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마주하고 적응해야 할 ‘현실’이 된 것이다.
FTA는 단순히 수출입 물류의 흐름만을 바꾸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농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촉매제이며, 국가 식량주권의 실체를 되묻는 근본적 전환의 출발점이다. 
생산은 물론이고 유통·소비의 구조까지 포함한 전방위적인 재편 과정이 바로 FTA 협정 체결 이후 20년 동안 우리 농업이 겪어온 궤적이다. 단순히 외국 농산물이 들어오는 문제만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어떤 품목이 남을 것인가’ ‘누가 농업을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FTA 체결이 본격화되던 당시, 농업계는 ‘피해와 보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개방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달라는 요구가 자연스러웠고, 정부 또한 이에 호응해 피해보전직불제, 폐업지원 등 보호 정책 중심의 대응을 펼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단기 보전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세계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고, 농업의 외부 여건은 기후위기와 생산비 상승, 인력난 등 복합적 불안 요인으로 더욱 척박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정부 정책의 무게추를 ‘보호’에서 ‘경쟁력 강화’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FTA 국내보완대책은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서, 농업의 체질을 근본부터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정부는 해마다 고품질 생산기반 구축, 경영안정, 유통혁신, 수출경쟁력 강화, 종자 자립, 정책보험 확대 등 다층적인 보완사업을 통해 FTA의 충격을 흡수하고, 구조적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장과의 간극은 여전하다. 정부의 설명 자료와 정책 자료는 풍부하지만, 이를 실제로 농민들이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용어는 어렵고 절차는 복잡하며, 무엇보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안내가 부족하다. 
보완대책이 있음에도 ‘몰라서 못 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책 설계와 소통 방식의 구조적 한계가 누적된 결과다.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소개가 아니라, ‘내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실행 가능한 지식이며, 실제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 안내다. 그들은 수많은 정책 문서보다, 자신과 같은 현실을 사는 농가가 어떻게 제도를 활용해 문제를 풀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정책은 종이 위의 선언이 아니라, 땅 위의 작물과 소득, 삶의 지속 가능성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특히 원예산업은 이 문제의식을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는 분야다. 신선도와 품질, 가격의 경쟁력이 중요한 이 시장에서, 고품질 생산 기반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반시설 부족, 품종 불균형, 농자재 고비용, 유통 단절 등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남아 있다. 종자 자립도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대기업 종자에 대한 의존도는 위험 수준이며, 자립 품종의 개발과 보급은 여전히 더딘 속도에 머물러 있다. 정책보험 역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엔 보장범위나 구조가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본지는 ‘2025년 FTA 교육·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정책의 실제 내용을 해설하고, 그 정책이 어떻게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획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지는 특히 ▲고품질 생산기반 강화 ▲종자 자립화 ▲정책보험 확충이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FTA 시대 원예농업이 어떻게 구조를 바꾸고 있는지를 조명할 예정이다.
이 기획은 단순한 보도나 전달의 차원을 넘어선다. 현장에서 채취한 목소리와 실사례를 통해, 정책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농민들이 정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쓰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정책의 실효성은 참여와 이해에서 나온다. 본지는 그 참여와 이해의 촉진자가 되고자 한다.

# 보완대책의 실효성과 정책 체감도, 왜 ‘현장’ 중심이어야 하는가

FTA 시대의 농업정책은 더 이상 중앙정부의 설계도면 위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의 구조와 철학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의미는 반쪽에 불과하다. 현장의 체감 없는 정책은 곧 참여 없는 제도로 귀결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정부는 FTA 국내보완대책으로 수십 가지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농업 현장에서는 해당 제도의 목적과 참여 조건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의 전달 경로는 여전히 협소하고, 제도 안내는 분절적이다.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책 수단이 아니라 ‘정책 경험’으로서 농업인에게 체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정책의 구조보다 실행의 맥락을 중심에 두고, 제도 해설이 아닌 ‘정책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한 기획 연재를 준비했다. 어떤 제도가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 지도사, 전문가, 지방정부 등 다양한 주체의 시각과 목소리를 함께 담을 계획이다.
정책은 제도적으로 완비되었다는 평가보다, “실제 도움이 되었다”는 현장의 응답을 통해 검증된다. 고품질 생산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정책의 선언은, 실제로 ‘누가, 어떻게, 무엇을 바꿨는가’를 통해 의미를 갖는다. 종자 자립의 필요성은 수입 종자의 현실과 국내 기술 축적의 격차를 함께 보여줘야만 실질적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기획은 정부가 설계한 제도의 취지를 농업인이 이해하고, 그 정책이 현장의 언어로 재해석되도록 돕는 ‘정책 소통 플랫폼’을 지향한다. 전달 중심에서 참여 중심으로, 계획 중심에서 실행 중심으로, 정책 홍보의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 고품질 생산기반, 종자 자립, 정책보험… 농업구조를 다시 짜는 세 개의 축

FTA 국내보완대책은 더 이상 일시적 지원의 수단이 아니다. 수입 개방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도전에 대응해, 한국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형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 고품질 생산기반 확충, 종자산업 자립, 정책보험 확대라는 세 가지 전략 축이 있다.
첫째, 고품질 생산기반의 강화는 수출 경쟁력의 핵심이다. 품질 중심의 재배, 선별, 유통 시스템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다수의 농가는 소규모·개별 중심의 생산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 연합출하, 공동선별, 규격화 등 시스템 기반의 생산 체계가 자리잡기 전까지, FTA 대응은 그 자체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원예산업은 수출 주력 품목이자, 기후·환경 변화에 민감한 분야로서 고도화된 재배기술과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본 기획에서는 지역별 선도 농가의 시설 구축 사례, 지자체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활용 모델, 품목농협의 공동 출하 전략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전환 사례를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둘째, 종자산업의 자립은 식량주권의 바로미터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예작물 종자 자급률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특정 외국계 종자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품종 사용료, 재배 기술, 수확 후 관리까지 전방위적인 종속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단순한 수입 문제를 넘어, 농업 전체의 기술적 자율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정부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R&D 투자와 민관 협력체계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믿고 쓸 수 있는 국내 품종’에 대한 신뢰 형성이 과제로 남아 있다. 본지는 국내 육성 품종의 실증 사례, 국립기관·대학의 공동 개발 현황, 생산자단체와 연계한 보급 확대 모델 등을 통해 ‘종자 자립’이 현실화되는 조건과 한계를 진단할 예정이다.
셋째, 정책보험은 기후위기 시대 농가 경영안정의 최후 방벽이다. FTA 시대의 농업은 가격 리스크뿐 아니라, 자연재해와 질병, 국제 물류 불안까지 복합 위기에 노출돼 있다. 기존의 피해보전직불제와 재해보험은 이러한 위협을 일정 부분 완충해왔으나, 보장 수준과 가입률, 실제 보상 체계에서 여전히 한계가 지적된다.
최근 정부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보장범위 확대, 보험료 국고지원 비율 조정, 탄소중립을 고려한 신상품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험은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이번 연재에서는 농가 참여를 높이기 위한 지역별 협의체 운영 사례, 농협·지자체 연계 가입 유도 방안,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 과제 등을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FTA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그 대응의 출발점은 구조 전환이다. 고품질 생산기반, 종자 자립, 정책보험이라는 세 가지 축은 단순한 제도 목록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전략적 선택지다. 본지는 이를 각각의 기획 편으로 나누어, 사례 중심의 심층 분석을 통해 농업의 미래와 정책의 방향성을 조망할 것이다.

<제작지원 : 2025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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