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품목농협 조합장이 바라본 원예산업 - 배
2023년 결산-품목농협 조합장이 바라본 원예산업 - 배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12.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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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과수인공수분 시기 이상저온으로 냉해피해 … 상품성 하락 ‘이중고’
명절 농산물 선물 가격한도 상향 ‘기대’
대미수출 꾸준한 증가 ‘호조’
구본권(아산원예농협 조합장)
구 본 권
(아산원예농협 조합장)

‘배 가격이 금값이네, 땅 사서 배 농사나 지어야겠어.’

요즘 마트의 과일코너를 지나다 보면 고객들 사이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배 가격이 평년 보다 높게 형성돼 있기에 무심결에 하는 말일 수 있다.

고가의 배 가격으로 농가에선 큰 소득이 발생할 것 같지만 농가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꽃이 필 무렵 5℃ 밑으로 떨어지는 이상저온 인한 적은 결실량, 7~8월 해를 보기 힘들 정도로 길었던 장마, 그리고 장마 후 검은별무늬병까지 합세해 농민의 구슬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생산량이 전년대비 20%이상 감소했고, 생산된 배 중 상품성이 좋았던 정상과는 평년보다 낮은 수율을 보였다.

붉은별무늬병, 검은별무늬병, 검은무늬병 등과 같은 병해와 심식충류, 깍지벌레류, 콩가루벌레, 배나무이, 배나무방패벌레 등의 해충피해는 결실이 좋지 않았던 배의 수확량을 더욱 감소하게 만들었다.

특히 4월 중순 배 생산을 위한 과수인공수분(이하 화접)시기에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피해는 배꽃의 수분을 어렵게 하였으며, 그나마 수분이 돼 결실이 된 배도 과형이 좋지 않아 상품성이 많이 떨어져 작년 대비 생산량이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러한 배 정상과 생산의 감소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공급량 감소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소비자 구매가격 상승으로 드러났다.
 

아산원협은 매년 아산 배·사과축제를 개최하고 배 품평회를 진행한다.
아산원협은 매년 아산 배·사과축제를 개최하고 배 품평회를 진행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자연재해와 병해충으로 인한 과수생산의 피해는 단순히 금년의 문제가 아니다. 각종 해충은 해를 거듭할수록 약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해마다 농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고, 농가는 방제약제비의 증가로 경영적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봄철 냉해피해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으며 여름철 태풍, 장마와 가뭄은 농가시설의 현대화로는 이겨내기 힘들 정도의 재해로 다가오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피해는 단순 피해복구 지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과 과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도적 보안책이 강구돼야 한다.

온난화로 인한 평년기온의 상승은 과수작물의 재배지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연평균기온이 2012년 12.1℃에서 2022년 13.2℃로 지난 10년간 1℃이상 상승하였다. 연평균기온의 상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과 재배지의 북상처럼 배 재배지 변화와 품종갱신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 재배면적은 2000년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다시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은 이상기후현상으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14%였으나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변화는 평균 22%로 변동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재배지역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경기·충남·전남이 전체 재배면적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기지역은 안성·평택지역의 도시화 진행과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충북도 과수화상병으로 충남은 택지개발에 따른 영향으로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전남은 신품종 배 식재가 늘어나 재배면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원협은 봄철 배 인공수분 일손돕기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산원협은 봄철 배 인공수분 일손돕기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 출하시기는 주년화(생산시기 확대) 추세다. 연초부터 7월까지는 전년도 수확한 저장 신고 배의 유통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8월부터 저장 신고 배와 함께 조생종인 원황 배가 출하되고, 최근 한아름 배나 화산 배 등 다양한 신품종 배가 출하되는 추세다. 9월에는 명절선물용으로 신고 배가 주력품종으로 출하되고 10월은 신고를 제외한 대부분 품종의 배 출하가 마무리된다. 추석과 설 명절로 한정되는 배 소비구조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신품종 배의 경우 평균 당도 13Brix 이상이다. 8월 여름철 ‘한아름’을 시작으로 9월 ‘슈퍼골드’, ‘신화’. ‘창조’등 그리고 10월 ‘만황’까지 다양한 품종이 나온다. 다만 재배역사가 짧아 품질 편차가 커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린시스, 설원, 슈퍼골드, 신화, 창조, 한아름, 황금 등 신품종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며 신고보다 맛이 뛰어난 신품종을 찾는 유통인들이 늘었고,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판장등 공영 도매시장에서는 10월까지는 평년과 비슷하게 가격이 형성됐으나 11월부터 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여 지금은 평년 수준이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된 상태다.

상대적으로 2020년 설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은 배 소비가 늘어서 가격이 상승된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 등의 외부요인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현재 아산원예농협은 대미 배 수출 단지로 지정된 산지로써 꾸준히 수출량이 늘어 2019년, 2020년 연속 500만 달러 수출 달성에 이어 2021년, 2022년에는 600만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는 700만 달러 수출도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는 전년부터 기승을 부린 깍지벌레와 고온으로 인한 열과 등이 발생해 배의 품질이 유난하게 떨어지는 해이기도 했다.

수출 국가로는 미국(하와이, 괌 별도)을 필두로 캐나다,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수출이 이뤄지고 원물이 부족해 충분한 실적 거양을 위한 한계가 있었다. 국내 유통 또한 지난 추석부터 시작된 원물 부족과 자연재해로 유통센터로의 입고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농가들 포전매매 또한 활발하게 이뤄진 상황이고 앞으로 다가오는 2024년 설은 지난 추석보다 높게 형성된 납품 가격으로 인하여 소비 위축이 염려되지만 지난 추석부터 적용된 명절 농산물 선물 가격한도의 상향이(일명 김영란법)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상기후와 시장경제의 불황으로 배 생산의 어려움과 내수시장의 판매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배가 가지고 있는 우수성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는다면 수출 물량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가격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부의 체계적인 제도와 기관 및 농협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대한미국 과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모여진다면 대한민국 과수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