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이제는 과일이 아닌 나무 관리할 시기
‘과수’ 이제는 과일이 아닌 나무 관리할 시기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3.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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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 양분과잉 … 부족한 양분만큼 선별적 투입 바람직
고품질 과실 생산 위해 잎·줄기 철저한 관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수를 살펴보면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과실의 형태도 참 아름답다. 해외에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과수와 비교해봤을 때도 우리나라의 과실 형태가 예쁘게 느껴진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농업인의 재배기술과 함께 육종이나 재배를 담당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과일이 많지 않아서 모양과 맛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먹는 행동에 그쳤다면 지금은 과실의 모양과 맛뿐 아니라, 기능성까지 고려해 과일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이웃 나라 일본에서 포도 한 송이에 수천만 원에 경매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잘 키운 과일 하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우수한 과실 생산을 위해서는 과실뿐 아니라, 나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실이 보기 좋고 맛이 좋은 것은 나무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과일나무를 재배하는 농업인들은 매년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 나무에 많은 양의 양분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했던 나무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과수원은 토양의 양분이 부족하기보다 오히려 양분 과잉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전에 해오던 대로 양분을 투입하기보다는 지역 내 농업기술센터 등 농촌진흥기관을 통해 토양검사를 실시하고, 부족한 양분에 대해 선별적으로 양분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분의 과잉은 나무를 웃자라게 할 뿐만 아니라, 나무 수세(세력)가 약화되어 각종 병해충 발생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업인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최신 농업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재배농가에 적용하여 고품질의 과일을 생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과실에 발생하는 다양한 병, 해충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과수 작물에 발생하는 이상증상 진단도 과실보다는 주로 잎, 줄기에 발생하는 이상증상에 대한 진단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우수한 품질의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잎과 줄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겨울철 병든 줄기나 불필요한 줄기는 가지치기(전정)를 통해 제거하고, 전정 부위 상처를 통해서 병원균이나 해충이 잠복하거나 발병할 수 있으므로 도포제로 잘 마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줄기는 나무에서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각종 병해충의 잠복소가 된다.

방제계획을 수립하여 겨울을 난 병해충을 방제하고, 잎과 꽃이 달리고 과실이 열리는 생육기에는 줄기와 잎을 꼼꼼히 관찰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실이 잘 영글고 익어가야 하는 시기에 과실이 상대적으로 작고, 갈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줄기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포도나 복숭아 등에서는 줄기에 감염되는 병에 의한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므로 유심히 관찰하여 줄기 색상이 선명하지 않고, 멍든 것처럼 보인다면 약제 방제를 통하여 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품질의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 과일뿐만 아니라, 잎과 줄기 등 나무 전체를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백창기<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