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내 작물생산 위한 이산화탄소 공급 기술
온실내 작물생산 위한 이산화탄소 공급 기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3.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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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나쁨 인식 … 식물 광합성 중요재료로 쓰여
탄산시비장치 대부분 바닥설치 … 작물 위치에 맞게 배치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시작할 무렵, 수경재배 연구를 하던 선배가 이런 조언을 해 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연구 주제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만류에도 이산화탄소를 연구 주제로 정했을 때, 선배가 보였던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선배가 우려했던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와 같은 대상은 사람들이 그것의 존재를 망각하기 쉬우며, 중요성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해가 갈수록 따뜻해지는 겨울과 한여름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기후 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기체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산화탄소의 농업적 활용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막연하게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법 하지만, 사실 이산화탄소는 식물에게 중요한 광합성의 재료로 쓰인다. 광합성은 태양으로부터 얻은 빛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로부터 유래한 탄소 화합물을 합성하는 과정이다. 빛이 모자라면 이산화탄소가 많더라도 광합성은 적게 일어나며,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이다. 단기간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공급받은 식물은 광합성을 활발하게 수행하여 많은 탄수화물을 생성하며, 결과적으로 잎과 줄기가 커지거나 열매의 당도가 높아진다. 농업에서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작물에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탄산 시비(거름주기)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지에서 탄산 시비를 하면 미처 식물이 흡수하기도 전에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 시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탄산 시비는 온실과 같은 시설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작물 생산을 위한 시설에서는 쉽게 내부 온도 제어를 하고, 작물을 오랜 기간 동안 생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온실의 측고를 높이는 추세에 있다. 토마토나 파프리카와 같은 과채류의 경우 온실 내부에서 5미터가 넘는 높이까지 재배할 수 있으며, 이전에는 감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설 과수 재배 또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량을 최대로 높이고자 하는 재배 방식은 작물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심는, 이른바 밀식 재배로 이어졌다. 이제 상업용 온실 내부에 들어서면 흡사 정글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마저 들게 된다. 빼곡하게 들어찬 잎들 때문에 작물의 꼭대기에서는 잎이 광합성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빛을 받을 수 있지만, 뿌리 부근의 낮은 위치에서는 빛이 잎에 거의 드리우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온실에 설치된 탄산 시비 장치는 온실의 바닥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산화탄소는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이기 때문에 공기 유동이 없는 경우 온실 바닥에 가라앉는 특성을 갖는다. 온실 내에서 이산화탄소는 수직 방향으로 거의 이동하지 않고 온실 바닥에 머문다. 결과적으로 현재 사용되는 탄산 시비 방식은 광합성을 거의 하지 못하는 아래 잎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밀한 탄산 시비는 광합성이 최대로 일어나는 작물의 위치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예로 망고와 같은 과수의 경우, 1.5미터 높이로 자랐을 때 나무의 80% 높이인 1.2미터에 탄산 시비를 하면, 나무 전체의 광합성을 12.9% 증가시킬 수 있다. 온실에서 작물의 위치별로 정밀한 탄산 시비를 실시할 때, 비로소 작물 생산량의 근원이 되는 광합성을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대호<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