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과 함께 사는 공생미생물
곤충과 함께 사는 공생미생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2.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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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종의 공생미생물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상리공생 해충방제기술 개발 필요 … 신개념 해충방제 기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제목인 ‘기생’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 또는 그런 생활 형태’를 의미한다. 그럼 공생(symbiosis)이란 무엇일까? 공생이란 ‘서로 다른 생물 두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양쪽이 모두 이익을 받거나 한쪽만 이익을 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육상생태계의 다양한 서식처를 차지하고 생존하고 있는 곤충은 수십 만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곤충의 공생미생물들은 곤충의 소화관이나 체강(몸의 빈 곳), 혹은 세포 내에서 곤충과 함께 생존하고 있다. 특이한 먹이인 식물의 수액, 척추동물의 혈액, 목질 재료 등을 섭취하는 곤충의 공생미생물들은 기주곤충들이 섭취한 음식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기주 곤충들이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아미노산, 지질, 비타민 등 여러 가지 영양소를 생산하기도 한다. 공생미생물이 체내에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기주 곤충은 성장 지연, 불임,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주 곤충이 없으면 공생미생물은 생존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기주 곤충과 공생미생물은 이처럼 서로 간의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암컷으로부터 다음 세대에 공생생물을 전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관여하고 있다. 진딧물과 부크네라 아피디콜라, 귤가루깍지벌레와 트렘블라야 프린셉스, 왕개미와 블로흐마니아, 체체파리와 위글스워디아 글로시니디아 등 세포 내에 공생미생물이 살고 있는 경우에는 알이 형성되고 자라는 동안 암컷 성충으로부터 다음 세대로 난소를 경유하여 공생미생물이 전달된다. 곤충 체내에 있는 공생세균의 세포 이외 전달 경로는 동물의 배설물이나 부패식물을 먹는 구강 흡입, 알 표면, 혹은 모세포 분비물 흡입, 사회성 곤충들의 행동 등을 통해 이뤄진다. 노린재류 특히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와 권연벌레의 경우, 구강 흡입을 통해서 공생미생물이 다음 세대 유충에게 전달된다. 담배가루이의 경우는 특이하다. 공생미생물인 리케차(Rickettsia)에 감염된 담배가루이가 목화, 허브 같은 기주식물을 흡즙한 다음, 감염되지 않은 다른 담배가루이가 같은 기주식물을 흡즙할 때 리케차가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호박벌의 경우, 같은 벌집에 살고 있는 벌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유용세균을 공유하게 된다. 피로코리스 아프트레스(붉은 개똥벌레)는 암컷이 산란한 알 표면에 분비물을 흡입함으로써 유용 공생세균을 얻게 된다.

공생미생물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두과(콩과)작물에 주요 해충으로 알려진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공생세균인 버크홀데리아는 기주 곤충의 농약저항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버크홀데리아 같이 세포 외에서 공생하는 미생물들은 인위적으로 배양하거나 유전적인 조작을 통해서 변이된 공생미생물을 곤충체내에 주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유전적으로 조작된 미생물의 구강흡입을 통해서 이들과 상리공생을 하는 해충들을 방제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실현된다면 새로운 해충관리 시스템이 구현될 것이다.

■안정준<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