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로수를 심어 미세먼지 줄이자
다양한 가로수를 심어 미세먼지 줄이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11.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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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식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식물은 줄기, 가지, 그리고 잎의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통해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농도를 낮춘다. 40년 된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분량인 35.7g의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나무 47그루는 경유차 한 대가 1년간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 이는 나뭇잎 표면의 잔털과 기공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흡수 정도는 나무마다 다르다.

잎사귀가 바늘처럼 뾰족하고 오랫동안 달려 있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흡수력이 더 뛰어나다. 잎에 털이 많고 표면이 끈적끈적한 느티나무, 철쭉도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도심에 큰 공원을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도로변에 가로 녹지대를 조성하고 가로수를 많이 심으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도시의 허파’기능을 할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에 심겨진 가로수는 총 774만 2천여 그루로, 이 중 은행나무가 102만 7천 그루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왕벚나무 85만 9천 그루, 벚나무 66만 6천 그루, 이팝나무가 55만 1천 그루로 뒤를 잇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로수 식재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자라면서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은행나무의 경우에는 탄소흡수율과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낮은 수종인 느티나무와 벚나무로 대체되었으나, 벚나무류는 식재 후 병충해에 약하고 꽃잎이 너무 많이 떨어져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으로 이팝나무로 신규 조성되는 상황이다.

현재 가로수 식재 형태는 대부분 한 줄로 돼 있다. 너무 쓸쓸해 보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 미세먼지 등 외부환경 차단의 역할 등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가로 공간은 다양한 가로수 식재를 통해 도시민의 생활공간과 안식처가 되고 도심지 어디든지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미세먼지, 폭염, 도심 열섬 현상 등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로 녹지의 다양한 식재 모델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에서는 가로 녹지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식재 모델을 개발하고 효과를 구명하고 있다.

기존, 교목위주의 단층식재에서 교목과 관목이 결합된 다층 식재를 기본구조로, 가로수로 주요 이용되는 은행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등의 교목과 철쭉, 회양목, 남천 등의 관목을 혼합한 식재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식재디자인을 실제로 식재한 시험구를 조성하고 밀폐된 챔버(2,800L)에 넣고 미세먼지 저감 효율을 구명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미세먼지 투입 4시간 후에 빈챔버보다 식재 모델이 있는 챔버의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으며 교목을 단독으로 식재하는 것에 비하여 교목과 관목을 함께 식재한 챔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즉, 가로수의 식재를 단층구조 보다는 다층으로 식재할 때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오염원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여 정책을 진행해 왔지만 이제는 가로수 하나를 심더라도 식재돼 있는 식물을 통해 오염원을 줄이면서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고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능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환경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 후손에게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윤형권<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