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이에 정부가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진화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이날 오후 자료를 통해 현재의 개정안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동의하기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4월 정부의 재의 요구 이후 국회에서 부결된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하게 되는 내용이 또다시 포함돼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우선, 남는 쌀을 강제적으로 매수하게 되면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돼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사용돼 청년 농업인, 스마트농업 육성과 같은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한 작물 전환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적정생산과 수급관리를 통해 쌀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 수급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재정낭비를 유발하는 사후 시장격리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통한 사전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또한, 위성·드론 등을 활용한 실시간 관측 자료와 소비 관련 빅데이터에 기반해 쌀 수급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초과생산이 예상된 경우 수확 전 선제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쌀값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상시적으로 민간재고 및 수급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쌀 농가의 소득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날 함께 통과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양곡,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우선, 주요 농산물에 대한 농업인의 수급조절 의무 없이 가격보장을 할 경우, 영농 편의성이 높고 보장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이 발생해 과잉생산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정부재정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통해 대상품목 선정, 기준가격 결정 등이 이뤄진다면 제도 시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우려도 꼽았다. 특히 가격안정제에 투입되는 자금은 WTO 규정상 감축대상 보조금으로 한도 초과(1조 4,900억원) 시 온전한 지급이 어렵거나 국제규범 위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농정방향을 생산을 왜곡하는 가격지지 중심에서 농가 소득안정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전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생산 왜곡 등의 문제가 컸던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로 전면 개편했고, 개편 첫해인 2020년 공익직불금 예산은 기존보다 약 1조원 증가한 2조 4,000억 원으로 올해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3조 1,000억 원 늘렸으며,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5조 원까지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확대하려는 정부 계획은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정부관계자는 “채소·과일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측정보 고도화와 자조금단체 육성 등을 통해 사전적으로 적정 재배면적을 관리하는 등 생산자가 참여하는 자율적이고 선제적인 수급관리시스템 강화로 수급 정책의 실효성을 더욱 높여나가겠다”며 “정부는 본회의 전까지 논의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전문가·농업계 등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의견을 모아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수급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농산물 수급 관리 불안, 막대한 재정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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