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원칙에 맞게 이뤄져야”
최근 사과 가격 상승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수입 검역을 한시적으로 풀어 사과를 수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절차 없는 무분별한 수입은 국내법과 국제 협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GS&J 인스티튜트(원장 서진교)는 지난 4일 ‘농산물 수입 검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유례없는 기상재해로 사과 가격이 급등하자 물가 상승의 주범인양 거론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입 검역을 한시적으로 풀어 사과를 수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 검역을 일시 풀어 사과를 수입한다는 방안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며, 국제 통상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농산물 수입은 세계적으로 확립된 8단계의 위험분석 절차를 따른다. 수입 검역은 국내 식물에 해를 주는 병해충이 국경을 넘어 국내에 전파·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취해지는 조치다. 단계마다 과학적 증거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는 과정을 요구하고 있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국과 양자 협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설정, 순차적으로 검역이 진행되기 때문에, 후 순위로 밀린 품목이나 양자 협의가 늦어지면 검역 완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행 식물방역법 제10조는 병해충 위험관리방안을 수출국이 제시하고 병해충 위험분석을 한 결과 국내 식물에 피해를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사과는 병해충 위험분석이 완료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 사과 수입은 현행법에 위배된다.
한시적 수입도 자의적 또는 차별적 검역 조치로 인식돼 WTO SPS 협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수입 검역을 풀어 사과를 수입한다는 의미는 우리 의도와 관계없이 한국의 사과 수입이 한국 내 식물에 별다른 피해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과 수입 일시 허용 이후 다시 수입을 제한하려면 그에 합당한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없는 이상 자의적 검역 조치로 인식되기 쉽다.
아울러 유사한 조건에 있는 국가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험분석 도중에 특정 국가의 사과 수입을 허용하면 그와 유사한 단계에 있는 국가 모두의 사과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서진교 원장은 “사과 수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역 원칙에 맞게 수입 위험분석을 완료한 후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수입 허용의 결정은 검역의 본래 취지에 맞게 국내 식물에 경제적 피해를 줄 우려가 없다는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