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국내 사과산업 경쟁력은?
기획 - 국내 사과산업 경쟁력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4.02.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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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생산단지 조성해 국내 품종 안정적 보급 체계 확립
품종개발 및 미래형 사과 생산 체계 구축 시급
“지속 가능한 사과산업 일궈나가야”

■사과 품종 개발현황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 농촌진흥청 사과 품종 개발 현황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1988년 조생종 사과품종 ‘홍로’를 시작으로 2024년 현재까지 대목 3, 꽃사과 8, 중간모본 2을 포함해 총 43개의 사과 품종을 개발하였다. 35년이라는 국산 사과의 역사와 함께 사과 품종 개발의 목표도 변화하고 있다. 숙기별, 크기별, 과피색별, 용도별 등 다양한 육종 목표별로 가지각색의 사과가 개발되었고 최신 품종들이 소비 시장에 선보여지고 있다. 2023년부터는 수요 변화에 대응한 신품종 개발이라는 큰 목표 아래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할 품종 육성, 기후변화와 농촌 환경변화에 대응한 재배관리가 쉬운 품종 육성, 다양한 병충해에 저항성을 보유한 품종 육성에 새롭게 매진하고 있다. 국내 사과 품종 구성은 과거 2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후지’의 재배면적이 11.4% 줄고 2010년 이후 ‘홍로’ 등 국내 육성 품종의 재배면적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이미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홍로’, ‘아리수’ 등의 추석 사과, 사과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감홍’의 뒤를 이을 품질 좋은 우리 품종들이 줄지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맛보는 국내 육성 사과 
 
사과는 과거 1970∼1980년대에는 탐스러운 빨간 색의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연중 대형마트나 시장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저장 기술이 발전되면서 지난해 가을 수확 후 저장한 사과를 이듬해 초여름까지 팔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여름에 선보이는 햇사과의 상큼한 맛을 소비자들은 잊을 수 없다. 조생종이라 일컫는 여름 사과하면 초록색의 텁텁한 맛이 강한 조금은 덜 익은 상태로 시장에 나오는 ‘쓰가루’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쓰가루’를 대체할 사과 고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여름 사과로 개발한 것이 ‘썸머킹’, ‘썸머프린스’이다.
특히 ‘썸머프린스’는 7월 상순부터 수확이 가능한 수량성이 높은 대과성 극조생종으로 최근 재배 농가의 수요가 급증하는 품종이다. ‘쓰가루’보다 한 달 정도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장점은 물론 맛도 좋아 소비자에게도 어느 정도 입소문 난 사과이다. ‘썸머킹’은 원추형의 예쁜 과형으로 ‘쓰가루’에 비해 당도가 2브릭스(°Bx) 정도 높아 맛이 우수하고 숙기도 ‘쓰가루’보다 10일 이상 빠르다. 
 

8월이 숙기인 사과로는 노랗고 맛있는 ‘골든볼’이 가장 눈에 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성숙기 고온으로 착색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농가의 수고를 덜어줄 황색 과피의 사과로 여름 사과로서는 보기 드문 당도 14.8브릭스를 자랑하는 품종이다. 
사과의 황금 계절인 가을에 수확되는 품종은 좀 더 다양하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면서 탐스럽게 열리는 ‘아리원’, ‘아리수’부터 가을이 한창인 시기에 열리는 ‘이지플’, ‘감로’, 늦가을 10월에 그림같이 빨간색으로 선보이는 ‘컬러플’까지 많은 신품종들이 생산 농가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원’, ‘이지플’, ‘감로’는 모두 ‘홍로’와 ‘감홍’이 모·부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품종들은 탄저병에 약한 ‘홍로’에 비해 비교적 탄저병에 강하다. 또한,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뤄 신맛이 부족하고 단맛이 강한 ‘홍로’ 사과 맛의 단점을 보완해 줄 만큼 맛에 있어서는 우수하다. 단지 ‘감홍’의 영향을 받아 유전적으로 과피 표면에 동녹이 다소 있고, 과점이 크다는 단점이 있으나 최근 소비자들은 사과의 외관보다 맛을 우선으로 구매한다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을 듯하다. ‘감홍’을 보면 동녹이 심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과즙과 진하고 달콤한 맛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컬러플’은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의 10월 상·중순에 수확하는 사과로 일손이 많이 가는 별도의 착색관리 없이도 붉고 매끈한 과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2022년 최종 선발 후 2023년 품종 출원된 가장 최신 품종인 ‘만홍’은 국내 사과 육종 최초로 선발한 만생 품종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만홍’이라는 품종명도 느리게 얻은 붉은 빛이라는 뜻으로 ‘후지’ 일변도의 만생 사과 품종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품종으로 수량성도 높고 평균 과중 380g의 대과이며 수관 내부까지 착색이 골고루 잘되어 별도의 착색 관리가 필요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2023년 품종 출원이후 통상실시가 공고되자마자 40여 개의 묘목업체에서 기술이전을 실시하여 현재 묘목을 증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소과종 ‘루비에스’, 중과종 ‘피크닉’, ‘황옥’ 등 특색 있는 품종들이 강원도부터 경남 지역까지 재배되고 있고, 소비자에게 좀 더 빨리 다가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지역별 사과 품종 전문 생산단지 조성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국내 육성 사과 신품종을 재배 지역에 알맞은 적지에 맞춤형으로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여 우리 품종이 조기에 정착하여 안정적으로 보급될 수 있는 체계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개발된 우리 품종이 재배 농가의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과 주산지 시·군 농업기술센터, 유통업체와 업무 협력 체계를 구축하였다. 국내 육성 사과 품종 전문 생산단지는 2023년 이전까지는 장수 ‘홍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북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경 ‘감홍’, 김천 ‘황옥’, 예천 ‘피크닉’, 영천 ‘루비에스’ 등이 그 예이다. 2023년에는 과거 사과 주산지였던 군위 지역과 최근 사과 재배가 증가하고 있는 강원도 홍천 지역까지 확대하여 기후, 환경 조건에 적합한 국내 육성 사과 품종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 
 

‘컬러플’은 10월 상·중순이 숙기로 별도의 착색 관리 없이도 붉게 착색이 잘되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은 품종으로 만생종 ‘후지’가 11월 이후에 출하되는 홍천에서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었다. ‘골든볼’은 노란색 여름 사과로 착색 불량으로 사과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군위지역에 과거 사과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홍천에서는 3ha 규모, 8,000주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재식 중이고 군위의 경우는 지난해 재배 농가 24농가를 선정하였고 올해 묘목 양성 후 내년까지 총 5ha, 10,000주 재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신품종의 재배 적지 선정, 품종별 재배 매뉴얼 확립을 위한 연구 필요성 증대에 따라 2023년부터 10년간 사과 신품종 주산지 현장 실증 연구를 강원도 양구부터 경남 거창까지 9개 지역에서 시작하였다. 재배 농업인의 안정생산과 효율적인 유통 시스템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 지역 맞춤 브랜드화에 기여하겠다는 기대와 전망이 커짐에 따라 또 다른 신품종인 ‘이지플’, ‘감로’에 관심을 갖는 시군 농업기술센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안동시농업기술센터는 자체 예산을 통해 ‘감로’의 생산단지 조성을 계획 중에 있다. 
‘감홍’의 소비자 인지도는 2021년 33.2%에서 1년만인 2022년 53.3%로 20%가 늘어났고 문경 지역에서의 ‘감홍’ 재배 면적도 2017년 240ha에서 2022년 400ha로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품종 인지도 변화와 재배 농업인의 신품종 수요 확대 등 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사과 주산 지역에 가치 실현을 안겨다 줄 수 있는 품종을 잘 선정하여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미래형 사과 재배 생산 체계 

사과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농업·농촌 인구의 감소 추세이다. 아직 사과원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으며, 가지치기, 꽃솎기, 과일솎기, 수확기 무렵의 잎따기 등은 대부분 지루하고 고된 시간을 요구한다. 특히, 사과 주산지 대부분은 인구가 적고 노동 인력 수급이 어려운 농촌 지역으로 인구 감소와 더불어 고령화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사과연구센터는 미래 대응을 위한 첫 단추로 기계화를 구상하여 전정, 적화 기계 장치를 도입·실증하고 우리나라 환경에서의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해왔고, 본격적인 기계화 적용과 기술 개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꽃을 솎아주는 적화작업은 전 작업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가지를 잘라주는 전정 작업은 노동 강도가 높고 사다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높다. 사과 기계 전정과 적화는 트랙터에 트리머식 전정기와 타격식 적화기를 부착해 과원 열 사이를 트랙터로 이동하면서 실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작업하면 농업인의 안전 보장은 물론이고 노동시간도 현재보다 30~50%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기계화 기술 개발을 통해 현재 10a당 161시간의 사과 재배 노동시간을 100시간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과연구센터는 스마트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2018년부터 무인농약살포시스템의 방제 효과도 지속해서 검토 중이다. 이 시스템은 전자밸브의 on/off 시간으로 분무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줄어든 시간만큼 약액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기계화에 적합한 과원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과원시스템은 수형, 재식거리, 재식밀도, 관련 시설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기계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기존 과원과는 다른 과원 형태가 필요하기에 시스템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현재의 과원 시스템으로 당장 기계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어렵다. 하지만 사과 과수원의 자동화, 기계화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 사과연구센터에서는 품종 개발과 더불어 미래형 사과 재배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사과산업을 일궈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동혁<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