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에 SECA 타결 … 국내 화훼 산업 줄도산 위기
한·에 SECA 타결 … 국내 화훼 산업 줄도산 위기
  • 권성환
  • 승인 2024.01.0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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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력 화훼 품목 점진적 관세 철폐
철저한 현황파악 및 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지난 8일 부산·경남 화훼생산자연합회는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8일 부산·경남 화훼생산자연합회는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에콰도르 SECA(전략적경제협력협정)가 타결되고 에콰도르 화훼 수출량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화훼업계의 우려가 높다. 
에콰도르 10대 수출품목을 보면 절화와 꽃봉오리가 전체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꽃이 주력 산업 중 하나다. 
협정 발효 후 대량의 절화가 무분별하게 수입될 경우 화훼산업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화훼업계 관계자들은 농가 피해 현황 조사와 피해 대책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 모았다.

# 화훼 수입 물량 급증 우려

에콰도르 절화 생산량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다. 
코트라(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2022년 에콰도르의 화훼수출액은 2021년 대비 8% 증가해 약 1조3,1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판매액은 5,651억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에콰도르는 10대 수출품목 중 절화와 꽃봉오리가 전체 7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꽃이 주력 산업 중 하나다. 그중 장미는 전체 에콰도르 수출 화훼품목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화훼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들며 수요가 늘고 있어 에콰도르 화훼수출 물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1월 협상을 시작으로 7년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1일 에콰도르와 SECA를 타결했다. 이에 따라 장미·카네이션·국화·튤립 등 절화류는 현행 25%의 관세율을 12~15년에 걸쳐 철폐하게 된다.
서용일 절화협회장은 “에콰도르 수출 절화를 보면 장미가 가장 많고 카네이션, 국화, 백합 등 화훼 농가 전체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절화 품목 피해 역대급

화훼농업인들이 SECA 타결을 우려하는 이유는 과거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발효된 중국, 베트남 자유무역협정과 2016년 발효된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 이후 대량의 무관세·저관세 절화가 수입돼 국내 농가에 큰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자유무역협정 발효 시기 주요 품목 수입 동향에 따르면, 2015년 콜롬비아산 장미는 22만4,701본이 수입됐으나 2022년에는 820만927본으로 증가했다. 베트남산 국화는 177만6,966본에서 1억693만7,010본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콜롬비아산 카네이션과 중국산 카네이션도 각각 128만7,380본에서 4,259만1,269본으로, 1,030만1,500본에서 1,270만4,175본으로 수입량이 증가했다. 
정수영 경기도 장미연구회장은 “중국과 베트남, 콜롬비아와 FTA를 체결할 때도 수입 꽃이 많지 않을것이라 했는데 실제 결과는 정반대”라며 “협정 발효 후 에콰도르 장미가 대량 수입된다면 국내 장미 농가의 심각한 피해는 물론 절화 산업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 실질적 대책 마련돼야

이와 관련 지난 8일 부산·경남 화훼생산자연합회는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산·경남 연합회는 “에콰도르 장미 생산량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다”며 “10송이에 3,000~4,000원에 보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국내 농가의 절반수준이다. 이것도 인건비, 자재비, 전기세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연합회는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15년, 2016년 콜롬비아, 중국, 베트남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에콰도르까지 협상을 타결하고 무분별한 꽃 수입을 예고하는 등 화훼농가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외국산 장미 수입은 10년 전 대비 40배나 많은데 에콰도르 수출 절화 중 장미가 75%를 차지한다”며 “카네이션 농가는 과도한 수입 증가로 사실상 폐농 수준이며 국화 농가도 수입 증가로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철저한 현황 파악과 지원,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화훼생산자들은 오는 22일에는 국회 항의 방문, 26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앞에서 전국 화훼농가와 함께 항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