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책 농축산물 가격 잡기 초점 맞춰 논란
정부가 고물가·고금리 등 장기화 국면 속에 물가를 잡기위해 농축산물을 무분별하게 수입하면서 자칫 국내 농업생산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축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호도되면서 주요 품목에 대해 관세인하·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농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정기 할당관세 품목인 닭고기, 계란가공품 외에도 신선·냉동 과일 및 가공품 총 21개 품목(30만톤 수준)과 신선 대파(3천톤), 계란(수입 전량)에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특히 과일 가격 안정을 이유로 오렌지(관세인하 50%→10%)를 제외한 신선과일 5종(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아보카도)과 냉동과일 2종(딸기 등)에 오는 6월 30일까지 무관세로 수입을 허용해 국내 과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가 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농축산물 가중치는 64.8(1,000분비 기준)로 가계비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지출 비중은 미미하다. 이마저도 63개 품목을 합한 것으로 개별 품목당 가중치는 매우 작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물가 정책은 주로 농축산물 가격 잡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산물 수급은 재배 규모 외에도 계절, 날씨 등에 따른 생육조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로 인해 가격 급등락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는 이상저온,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일부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생산비 증가로 농가소득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농축산물 및 식품·외식 물가 관리라는 명분 아래 또다시 농축산물 할당관세 적용을 추진하려 해 이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수입에 의존한 단기 농축산물 수급 정책은 자칫 국내 농업 생산기반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물가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며 “할당관세 적용 시 농축산물 수입 증가로 농가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경영안정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농축산물 가격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 공표 및 보도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농업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기존 물가 정책을 고수할 시 230만 농업인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음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