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주범 농산물 틀 벗어야
물가 상승 주범 농산물 틀 벗어야
  • 권성환
  • 승인 2022.12.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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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러-우 전쟁,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인해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 가고 있다. 면세유·전기 등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농민들은 줄도산 위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면세 등유는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2% 올랐고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또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사용갑 88.1%, 농사용을 48.9% 인상 했다. 이는 다른 산업용갑Ⅰ, 산업용갑Ⅱ과 산업용률은 각각 20.1%, 15.5%, 15.3%의 인상률과 일반용 전력값 18.4%의 인상률에 비한다면 터무니 없이 높은 수치다.

하지만 각종 생산비는 당분간 상승세를 띌 것으로 전망돼 농가들의 우려가 높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는 이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고, 등유와 생산라인이 겹치는 경유 생산을 늘리면서 등유 공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서 주요 연료비가 크게 올랐다며 내년 전기 요금 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경기침체 및 기록적 한파로 난방비 부담이 큰 농가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일부 언론 들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농산물을 지목해 가뜩이나 힘든 농업계를 두 번 죽이고 있다. 

농산물은 공급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크게 오르고, 조금만 많아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가격 오름세를 판단하면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전년에 가격이 아주 낮았다면 조금만 올라도 상승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배추가격이 전년보다 50% 하락한 후에 올해 가격을 회복하면 배추는 100% 상승, 즉 지난해 가격의 두 배가 된다. 평시 가격을 회복한 배추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 품목처럼 포장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일부 언론 들은 농산물 상승의 오름세가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식의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변동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물가불안심리를 부추겨 경제활동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물가 상승 주범은 농산물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식량주권을 지키고 더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