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원예산업 이슈 결산 - 유통분야
2022 원예산업 이슈 결산 - 유통분야
  • 윤소희
  • 승인 2022.12.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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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농산물 유통 경쟁력 강화 시급
급변하는 유통환경 대응위한 디지털화 필요
스마트 APC·온라인 거래소 구축 등 본격 추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3일 충남 만인산농협 스마트APC 준공식에 참석, 관계자들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3일 충남 만인산농협 스마트APC 준공식에 참석, 관계자들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농산물 소비위축이 심화되면서 농업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산지 농산물 유통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비지 시장은 디지털 유통시스템과 맞춤형 마케팅, 대형 유통업체의 거대 자본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는데 반해, 산지 농산물 유통시스템은 자본 및 작업인력 등의 부족으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과 유통 대기업의 자본 및 기술에 대응하고 산지 농산물을 규격화·상품화할 수 있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건립을 1990년대부터 지원해 농가의 소득향상과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APC는 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선별·포장해 출하함으로써 생산농가를 조직화 및 규모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지에서 규격화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대량 출하할 수 있도록 APC 건립을 그간 지원해온 결과, 지난해 기준 전국 558개소에 달하는 APC에서 과일, 채소 등 약 260만 톤이 선별·포장, 출하되고 있다.
이는 전체 원예농산물 생산량인 약 1,100만 톤의 1/4 수준에 해당된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농식품부는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농산물 유통 전과정의 디지털 전환 추진이라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구축을 본격 시행 중이다.
최근 유통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한 속도 경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화 마케팅 등 비대면·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 취약한 자본과 기술력, 경험에 의존하는 낙후된 경영시스템을 가진 APC로는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산지 유통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다.
농식품부는 올해 주요 품목별 스마트 APC 표준모델 수립을 위해 APC 지원 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으로 농촌진흥청·농협경제지주·대학·관련 협회 등의 저온 저장시설, 상품화 설비, 정보기술(IT) 및 APC 운영 관련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했으며, 지난 7월 사전 현장조사, 8월 착수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표준모델 구축에 들어갔다.

충북원예농협 스마트 APC
충북원예농협 스마트 APC

이어 지난 9월에는 ‘스마트 APC 활성화 워크숍’을 개최해 2023년 APC 정부지원 예비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15개의 농협·농업법인과 지자체 담당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스마트 APC 정책 소개, 전문가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상품화 시설 설치 방안, APC 설계·계약 및 보조금 관리 기법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마트 APC는 로봇·센서·통신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농산물의 저장·선별·포장 등 APC의 기능을 자동화하고, 디지털화한 정보를 바탕으로 농장에서 소비지까지 전후방 산업과 연계하는 첨단 산지유통시설을 말한다.
따라서 스마트 APC는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출하 시기 조절, 소비자 맞춤형 상품 생산, 판매처 다양화와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도우며, 자동화된 설비를 활용해 인력 절감과 농산물 상품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파 APC를 스마트화하는 경우에는 저장손실 30% 감축, 상품성 25% 향상 및 선별·포장 인력 50%를 절감할 수 있고, 생산 분야의 기계화를 통해 노동력 54% 절감, 생산성 28%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사과, 배, 감귤, 토마토, 파프리카, 수박, 참외, 감자, 양파, 마늘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산지 APC의 스마트화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에는 디지털화된 APC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 소비자에게 상품정보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인터넷 기반 자원 공유(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 APC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화를 촉진해 내년부터 전국에 15개 스마트 APC를 마련할 예정이다.
스마트 APC 시범사업으로는 1호점이 과수류 부문의 충북원예농협, 2호점이 과채류 부문의 강원 한반도농협, 3호점이 채소류 부문의 경북 구성농협 등으로 선정, 운영되고 있다.
충북원협 APC는 스마트 APC 시범사업 1호로 선정된 이후 산지에서 발생하는 생산 관련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통합마케팅을 활용하고, 업무 프로세스의 자동화, 정보화 전환으로 효율적인 ‘스마트 APC’를 운영하고 있다.
충북원협은 생산자 품종별 재배 필지 및 생산량 정보를 조사하고, GPS 지도 및 항공사진을 활용한 재배지 환경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농산물 유통이 가능토록 하는 생산정보를 파악, 전용 웹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면서 농가들의 디지털 생산 관리 및 유통 촉진에 기여하는 중이다.
한편, APC 관계자들은 2018년에 주 52시간제가 시행, 지난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을 당시, 주 52시간제에 따른 APC 작업시간 및 인력 부족의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과수산업의 경우 특히, 추석과 설 명절기간에 소비가 집중돼있는 만큼 그 기간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돼야하는데 포장 및 세척 등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추석, 설 명절기간에는 농산물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농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규정 및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을 추진함에 따라 농업계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품목농협 관계자는 “APC는 농산물 공동출하 및 선별 등 특정 시기에 일거리가 집중돼 단기간에 노동이 집약되는 특성상, 주 52시간제 적용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운영난도 있었으나, 이번 근로제도 개편으로 현장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시행된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는 유통단계를 줄이고, 유통비용을 절감하며,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제안돼 2020년 5월 양파관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됐다.
이를 시작으로 8월에는 마늘관, 10월에는 사과관이 열렸다.
지난해 말까지 양파 4만 7천 톤, 마늘 8천 톤이 거래되는 등 빠르게 규모가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온라인 거래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양파의 경우 도매시장을 거치는 경로에 비해 유통비용이 최대 12%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로 인해 농업인의 수취가는 높이고 소비자의 권익은 보호해 상생의 유통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농협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는 농가 수취가격 제고와 물류효율성 제고를 통한 산지 농산물 제값받기와 소비자 농산물 구매가격 안전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출하처의 최저 희망가격 제시 기능 구현과 저율의 상장 수수료를 적용해 기존 도매시장 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산지 출하처들이 등록한 상품 이미지와 거래 관련 정보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구매자들에게 제공해 장소와 시간 제약없이 쉽게 입찰거래와 정가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B2B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래소 출하물량은 엄격한 표준 출하규격을 준수하고 있으며, 출하처가 등록한 상품이미지 열람을 통해 상품품질을 확인하고 거래한다. 
배송 후 구매자가 상품 품질을 확인하고 검수·등록하는 절차를 통해 품질관리 민원을 해소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원활한 클레임 처리를 위해 경매사 출신의 산지 주재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금정산은 구매자가 약정한 공판장에서 수행하는데, 출하처에 대한 대금정산은 거래확정 당일자에, 구매자는 건별 외상거래 약정기일 내에 공판장으로 대금정산한다.
이처럼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의 경우 출하처는 최저희망가격 제시를 통해 도매시장에서 불리한 경락가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고, 오프라인 도매시장 대비 저렴한 상장수수료 부담으로 출하처 수취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거래방식이 각광 받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는 도매시장의 온라인 채널로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농산물 디지털 유통혁신이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의 지속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빠른 유통환경 변화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맞설 수 있는 유통혁신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음에 따라, 앞으로 농가 소득향상과 농산물 수급 안정 등을 위해 산지부터 소비지까지의 농산물 유통 디지털화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