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장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장
  • 윤소희
  • 승인 2022.06.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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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 안정적 수익창출 지원책 늘려야
생산비 폭등 속 농산물 수급안정 절실
농지확보 위한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확대 필요

우리나라의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청년농업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 개선의 필요성이 함께 대두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청년농업인과 농정 연구 및 농업계 내 다양한 주체의 소통과 네트워크 형성으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에 기여,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추진하고 있는 청년농업인연합회의 서인호 회장을 만나 청년농업인 지원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Q1. 국제적인 자재비 상승 영향으로 농업 생산비 또한 폭등하고 있다. 많은 농업인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특히 청년농업인들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떠한지?
-비단 청년농업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모든 농민들이 비료값, 유류대, 인건비 등이 폭발적으로 상승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 연합회원들도 다양한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들 한다. 서로 품앗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나, 겨우 짬을 내 일부는 지역 내에서 회원들 간 서로 도와주기도 한다. 일부 회원들은 지역 내 어르신들 농작업을 대행해 주고 있으나, 유류값 상승으로 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다들 하루 빨리 안정화되기를 바라며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버티고 있다. 

Q2. 새로 막 농업에 종사하기 시작한 청년 창업농들은 온·오프라인 판로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판로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귀농한 청년 창업농은 농사든 농산물 가공이든 모든 것이 서툰 게 당연하다. 요즘 회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마케팅이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여겨지는데다 젊은이가 갖기 마련인 포부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농산물이나 농산물 가공식품을 직거래하거나 생산한 농산물을 기반으로 체험학습장까지 갖춘 카페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요구에 맞춰 도시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나 팝업스토어에 함께 참여하며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픈마켓, 라이브커머스 등을 운영하도록 교육이 지속 실시될 필요가 있다.

Q3.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농업인 육성 및 지원정책에 있어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이번 새 정부는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지원 등 농업과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3만 명이 되는지, 청년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정주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들도 매우 소중하지만 기존 청년농부들이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농촌에서 지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 가면 그 모습을 보고 유입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청년농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창구가 있었으면 한다. 고립·편견·세대차와 싸우는 청년 농부들이 많다. 특히나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부모님이 해오던 농사 습관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다르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들이 소통이 되고 정책에 반영됐으면 한다.

Q4.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농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
-현재 시골은 비농업인에 상속증여를 비롯해 땅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예를 들어 농지원부(농지대장)가 필요로 해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려해도 땅 주인이 무려 여섯 명이 넘는 경우도 있으며, 외국에 있어 도장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을 확대해야한다. 실제 2019년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에 2,513명이 신청해 1,403명이 지원을 받았는데, 전체 신청자의 62.2%에 달하는 1,562명, 지원받은 자의 70.4%에 달하는 988명이 청년농업인이다. 이렇게라도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청년농업인들은 땅 매입이 매우 어렵다. 또 다른 방안으로 구 도심권에 있는 공장부지 등에 시설재배가 가능토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해외사례에서도 공장부지를 활용해 성과를 나타내는 농부들이 있어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5. 최대 3년간 독립경영 청년농에게 지급되는 영농정착지원금의 기간, 지원 금액 뿐 아니라, 융자금 지원의 거치 및 상환기간 등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초창기 해당사업이 진행될 때 회원 간 많은 의견을 나눴다. 어렵게 시작하는 청년농이 굉장히 많다보니 월 백만원의 초기 정착지원금이 누군가에게는 용돈, 또 누군가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상환기간이 다가오는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3년 농사지어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울 뿐더러 인건비, 비료값, 유류대 상승으로 생활에 2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3년 거치 7년 상환에서 5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바뀌었지만 기존 3년 거치 7년 상환에 해당되는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적절한 타협안으로 연장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Q6.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업인으로서 바라보는 배 산업의 전망은?
-현재 전남 나주에서 약 8천 평 정도의 농지에서 신고배를 주품종으로 하면서 다양한 품종을 함께 재배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인건비 상승, 기름값 상승 등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와 같은 경우에는 서리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병해충 발생도 낮아 풍년이 예상되면서 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해졌으나 벌써부터 배 가격을 걱정하는 농민들이 많다. 관련 정책뿐 아니라 외부적 문제점들이 수없이 발생하면서 농사는 하늘이 절반 지어준다고 하나, 나머지는 결국 농민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배 산업은 점차 하향세일 가능성이 크나 시대흐름에 맞게 신품종, 새로운 마케팅 방식들을 갖춰 변화한다면 당장은 어려워도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배 농사는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농사라고 생각한다.

Q7. 청년농업인연합회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청년농업인들의 유실을 막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두 번째는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청년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알리고 대변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년간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행사들을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춰 대면으로 전환하고, 인적 네트워킹을 확대하는 한편,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도 다양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Q8. 선배 농업인으로서 농업을 준비하거나 현재 종사 중인 청년농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라면 좋겠으나,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 경영체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토록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는 작은 희망과 미래를 봐 농업에 도전하게 됐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산과 들에서 뛰놀고 풍요로운 환경의 혜택을 받아 자연스럽게 한사람 몫을 해가며 조부모님, 부모님 농사일을 도왔고, 본격적으로 내 이름으로 된 땅을 가지고 시작한건 대학교 및 대학원 원예학 전공, 유학 등을 거쳐 30대 초반이었다. 어릴 때부터 30년간 쌓인 노하우로 전국 주요 배 재배 산지에서 코로나 전까지 강의도 하고 다니며 배 재배 분야는 내 나이 또래에서 전국 최고라고 할 정도로 높은 자신감을 갖고 영농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너무나도 어려운 농업환경으로 인해 서로 응원해주는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처럼 자신감과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버텨나가면서 같이 미래농업을 이끌어나가겠다. 다들 청년농업인으로서 힘든 점이 많은 줄 알고 있다. 힘들 때는 힘들어 하고 슬플 때, 기쁠 때에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Q9. 끝으로 원예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한다면?
-원예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소득은 하락하고 있다. 매우 어려운 시기 속 청년농업인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현장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밤잠 설치며, 땀 흘리며 힘들게 재배한 내 농산물이 제값 받기를 원하고 있다. 수급안정 확대와 채소류 생산체계 및 경쟁력 강화, 산지유통조직의 마케팅역량 등이 필요하다. 농업이 현재 상태에 머무른다면 더 이상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농업의 뿌리인 청년농업인이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