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원예자조금사업 이대로 좋은가?
프롤로그 / 원예자조금사업 이대로 좋은가?
  • 윤소희
  • 승인 2022.06.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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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금사업비 소비촉진 및 홍보에 맞춰져야
정부보조금 매칭비율 상향조정 및 적기지급 절실
원예인 자발적 동참 … 유통·가공·수출입업자 등 무임승차 없어야
자조금단체 현안 파악 통한 법개정·행정조치 필요

국내 원예산업은 최근 기후변화와 더불어 개방화에 따른 수입농산물의 증가 및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소비패턴 변화, 여기에 CPTPP가입 압력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조건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기후온난화에 따른 지형변화와 이상기후에 의한 농작물 재해 등 여러 가지 자연적 요소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과다문제는 더 이상의 농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FTA 등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이미 많은 피해를 안고 있는 상황 속에서 최근 CPTPP 참여 문제까지 받아 들여야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국내 원예산업은 낭떨어지에 내 몰린 양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국내 원예업계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생산자 스스로가 자금을 마련, 품목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것은 물론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는데 힘써 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농산물자조금사업이며, 의무적으로 거출된 자금을 재원으로 소비촉진 홍보 활동 등을 하는 것이 농산물의무자조금제도다.  
그러나 이같은 의무자조금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책의 부재 또는 혼돈의 이해 속에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한다.
그 첫 번째 요인이 자조금 사용 용도의 비중문제란 생각이다. 자조금의 용도는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수산물의 소비촉진 및 홍보와 농수산물의 자율적 수급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수출활성화사업,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안전성 제고 등을 위한 사업과 이와 관련한 조사 연구, 사업의 평가, 자조금단체 가입률 제고를 위한 교육 홍보 등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용도가 제시되고는 있지만 자조금사업의 기본이자 가장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부분은 소비 촉진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최근 자조금 운용 권유는 소비촉진이 아닌 수급 조절에 맞추고 있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조금단체로 하여금 자조금 사업비의 40%를 수급조절비에 활용토록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원예관련 의무자조금단체들의 사업비 자체가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소비촉진 한 분야에만 사용해도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과연 자조금을 수급조절비로 활용해서 얼마의 정책적 효율성과 농가의 권익을 가져올지 의문이다. 특히나 자조금을 통한 수급조절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법제화 돼 있는데 정부의 관여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농산물의 수급조절은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 별도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자조금을 통해 효율성 없는 사업을 주문하는 것에 의문이 간다. 
또한 자조금의 조성은 생산자가 거출한 금액과 정부의 보조금이 1:1 매칭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2008년 이후에는 성과에 따라 차등적 보조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을 보면 국고 보조금 배정이 우수평가를 받은 단체마저도 거출금의 60~70% 지원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저조한 지원비 마저도 연말에 가서나 집행토록 하는 등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농산물의 소비촉진 활동은 연중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수확기라는 소비 성수기에 적극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져야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의 보조금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자율적인 시행을 강조하고 의무화를 강행하며, 규모화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농안기금의 부족 등을 이유로 보조금지원율을 하향 조정해 자조금단체들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를 지켜 보고 있는 자조금 참여농가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자조금단체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태가 지속돼서는 안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의무자조금사업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비단 정책의 부재와 이해의 부족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주체가 돼야할 생산농가들의 사업에 대한 인식제고 문제는 더 시급하다. 
아직도 자조금제도가 농가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주는가라는 의문점을 통해 거출에 동참하지 않은채 무임승차하는 비율이 높다.
자조금사업이 눈에 보이는 이익을 안겨 줄 수는 없지만 개방화 속 국내 전체적인 농산물의 이미지 제고와 타 품목간의 경쟁력 제고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가 있음을 인식,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식제고에 자조금사업으로 간접적 혜택을 누리고 있을 유통업자, 가공업자, 수출입업자 등도 어떠한 형태로든 동참의식을 갖고 협조할 때 각각의 공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국내외 여건 상 우리 원예산업의 앞날이 밝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농가들 스스로가 자구책을 만들어 돌파구를 열어나갈 때 미래는 보장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정부 또한 자조금단체의 현안에 귀 기울여 법개정 및 기타 행정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출발한 국내 원예분야 의무자조금사업이 조기에 정착되기를 기대하면서 원예산업신문 27주년에 맞춰 특집을 구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