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득사업은 원예산업이다
미래 소득사업은 원예산업이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1.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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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위기 속 품목농협 정책파트너 역할 강화해야
산지유통·판매 농협 본연 기능 수행노력 동반돼야
역할분담 및 협동과정 통해 상생구조 구축 절실

■위드 코로나시대 품목농협의 역할과 경쟁력 강화

농업·농촌을 둘러싼 내·외부적 환경 변화로 인해 농가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WTO, FTA 체제하 급속한 개방화의 진행은, 산업의 측면에서나 생산의 여건에서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 내부적으로는 영세한 소규모 경영으로 시장대응의 어려움이 가속되고 있고, 젊은 영농후계자의 부족, 농업노동력의 부족, 열악한 농업소득 수준의 문제, 공간으로서의 농촌의 소멸화 우려 현실화 등의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의 측면에서는 매우 열악한 산지의 유통현실에 비해, 소비지 유통에서는 온·오프라인 마켓 모두에서 대자본 중심의 유통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이후 규모화, 다양화, 전문화, 집중화 양상의 오프라인 시장의 발전과 2010년을 전후로 한 온라인 마켓의 급속한 성장은 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여놓고 있다. 
특히, 코로나시대 비대면 사회가 일상화되면서 신선식품에서도 온라인거래가 크게 증가하는 등 2022년에는 온라인마켓 중심의 시장 비중이 오프라인시장의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협동조합 기능·역할 강화 절실

이처럼 농업·농촌을 둘러싸고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 변화 양상에도 불구하고 산지의 대응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 농업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개별 농가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약자로서의 농민이 개별적으로 시장 및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현실을 명확하게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산지의 원활한 대응을 위해 농협 특히, 생산자 농가와 직접적인 연계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농협이나 품목농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현재와 같은 농업·농촌의 위기 시대에 농협이 담당해야 할 주요 역할과 기능으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우선, 지역별·품목별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 강화이다. 
지금까지 정책 결정 및 지원 과정에서 명확한 주체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정책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품목별 대표 주체로서의 협동조합의 기능 및 역할 강화가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산지의 판매주체로서의 기능과 역할 강화이다. 대자본의 유통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소비지시장의 급속한 변화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산지의 출하 및 분산주체의 조직화, 거래교섭력 강화, 소비지 대응 마케팅 역량 강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시장 및 구매주체에 대한 맞춤형 거래방식에 대한 대응 등의 실천적 노력이 매우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 산지조직화·내적충실화 … APC기능 확대

다만, 지역농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합의 규모와 자본력, 법적·제도적인 한계, 각종 지원정책의 혜택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품목농협의 경우에는 산지유통의 원활한 수행과 판매농협으로서의 본연의 기능과 역할 수행 및 강화를 위한 노력이 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우선, 산지조직화 노력과 내적 충실화 작업이다. 2000년대 이후 정부의 통합마케팅조직 육성사업, 농협의 연합마케팅사업, 조합공동사업법인사업 등의 정책과 지원이 있어 왔지만, 양적인 조직수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는 지역 또는 품목농가의 참여도가 떨어져 산지조직으로서의 유통활성화와 소비지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및 거래교섭력의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빠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농가가 산지조직에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참여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서구의 협동조합 사례와 같이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산지조직화의 내적 충실화가 무엇보다도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방식처럼 “국내외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 보다는 “왜 농가들이 산지조직화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참여 의사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여율은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필요하다.
둘째, APC 기능과 역할 강화 및 변화된 유통현실에 대한 대응 노력, 마케팅 능력의 강화 등이다. 즉, 품질관리의 일관성 및 표준화, 규모화된 물량 공급, 균일하고 안정된 가격으로의 공급 등의 소비지 니즈 대응 기능 강화 및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응기지로서의 APC 기능 및 역할 강화를 통해 소비지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산지에 집중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응의 경우에도 농가 단위의 대응이 거의 어렵다는 현실에서 APC를 중심으로 한 분배기능의 강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원활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별·저장·출하기능 등에 더해 온·오프라인마켓 대응 핵심기지로서의 기능과 역할, 소비지 분산기능, 가공, 수출 및 산지와 소비지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 자료를 축적한 스마트 APC로서의 기능 강화 등 다양한 방향으로의 대응방법과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셋째, 전문 마케터의 육성이다. 지금까지 농협의 유통 대응 전략 중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산지유통의 많은 부분이 유통 및 마케팅 관련 교육·훈련을 통한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에 의존하기 보다는 탁월한 몇 사람의 개별적인 능력에 의존하여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지유통 담당자의 개인적인 문제가 조직의 성장과 퇴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 육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인력 육성 정책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농민과 소통·교감·교류 원활화

넷째, 농민들과의 소통, 교감과 교류의 원활화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서구 농협과 같이, “아래로부터의 조직화가 아닌 위로부터의 조직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시작단계부터 참여 농가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의 결여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어 왔다. 
이는, 산지조직의 양적 확대가 질적 성장(내적 충실화)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위로부터의 조직화의 한계를 아래로부터의 조직화와 연계하여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가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 및 교감을 통해, 농가들이 산지조직에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소비지시장에 대한 대응방법이 무엇인지, 어떠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농민들의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공유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품목별·지역별 생산자대표들이 실질적으로 품목농협의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해 품목별·지역별 요구사항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반영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거래상의 리스크가 점차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농가가 주체가 되는 유통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모든 리스크를 품목농협이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는 농협 부실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 지역·품목별 상생구조 구축 필요

다섯째,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의 기능과 역할 분담 및 협동과정을 통해 상생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양 농협의 기능과 역할이 많은 부분에서 중복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산지유통시장에서 지역농협과 품목농협간 경쟁관계를 형성할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대상과 영업범위라는 여건 하에서 각자의 약점과 장점을 서로 보완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양 농협조직이 보완과 상생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산지유통의 진전은 물론이고 산지조직화의 내적 충실화란 부분에서도 큰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산지유통의 혁신을 통한 산지의 대응능력 제고는 생산자 농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얼마나 산지조직화를 통해 결집되느냐의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품목농협의 성장과 발전의 관건도 산지농민의 주체적 역량을 어떻게 최대한 결집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권승구<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