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 체결시 과수농가 타격
한·필리핀 FTA 체결시 과수농가 타격
  • 이경한 기자
  • 승인 2019.06.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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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예상액 정부에 제시 관세인하 막아야”
본지 창간24주년 편집자문위원 간담회 개최

한국·필리핀 간 FTA 체결 시 과수농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과수농가들은 전문기관을 통해 구체적 피해예상액을 밝혀내 정부에 제시, 관세인하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라몬 로페즈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FTA 협상개시를 알리는 공동선언문에 서명, 4일부터 2일간 첫 협상을 시작했다. 양국은 협상을 빠르게 진행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국·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시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산 과일은 40만7,200여톤이 국내로 수입됐으며 그중 바나나가 33만2,300여톤, 파인애플이 6만9,900여톤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산 바나나에 붙는 관세는 30%이나 국내 공산품 등의 수출확대를 위해 바나나 관세를 대폭 낮추거나 철폐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바나나, 파인애플 이외에 망고, 파파야 등 다른 열대과일까지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과수농가들은 긴장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3일 서울역 4층 그릴에서 창간 24주년을 맞아 ‘수입농산물 파고 어떻게 넘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편집자문위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성규 한국배연합회장(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작년 필리핀산 바나나의 수입양은 33만2,300여톤으로 국내 배의 연 생산량이 21만톤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많은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필리핀산 바나나의 관세가 현 30% 수준에서 더 낮아진다면 국내농가에 큰 타격이 예상돼 국내 과수농가를 위한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은 “관세를 낮추기 전에 전문기관에 의뢰해 피해예상액을 정부에 제시하는 등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한·필리핀 FTA가 체결돼 지금보다 바나나 가격이 더 낮아지면 국내산 과일과 가격경쟁이 될 수 없다”며 “특히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기존 수입과일 이외 다양한 열대과일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국내산 과일산업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필리핀과의 FTA 추진 과정에서 농업계의 우려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유통대책 등 FTA 타결 이후의 대응책까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규삼 농협중앙회 이사(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는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바나나의 80% 이상이 필리핀산으로 알고 있다”며 “필리핀과 FTA가 체결이 되면 농산물 수입관세가 점진적으로 인하되거나 철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손 이사는 또한 “그렇게 되면 값싼 수입산 바나나, 망고 등의 유통으로 국산 과일은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특히, 바나나는 섭취가 간편하고 아침 식사대용으로 소비가 많은 과일이기 때문에 국산 사과의 소비위축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신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 소속으로 한·필리핀 FTA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1차 협상을 했으나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고 협상 전반에 대한 논의만 해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