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재배, 아는 만큼 보인다
체리 재배, 아는 만큼 보인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1.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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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특성 검증되지 않은 최신 품종 선택 신중 필요
맛 생산성 좋은 품종 관리 철저히 해 고품질 달성해야

체리는 요즘 소비자와 농업인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과종 중 하나이다. 전 세계적 성장세 속에 우리나라 또한 재배면적이 급증해 550ha 이상 체리가 재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1~2월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으로 가장 많은 교육 요청이 들어온 것도 체리 작목이었다. 그러면 체리를 심고자 하는 많은 농업인들은 이 체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시작할까? 모든 작목이 그렇겠지만 특히 체리는 아는 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서 나무를 심기보다 까다롭게 하나하나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에 와서 처음 필자가 맡은 체리 연구과제는 해외에서 도입한 체리 유전자원을 평가하고 국내 기후에 적합한 체리 품종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난생 처음 먹어 보는 국산 체리는 따로 관수도 열매솎기도 하지 않아 크기는 작았지만 까만색, 빨강색, 노란색 품종 모두가 맛있었다. 나무에 달려 있는 체리를 고이고이 따와서 당도, 산도를 측정하고 크기도 재고 먹어본 소감도 꼼꼼히 기록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당시에는 맛, 크기, 색깔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그 품종의 수체특성과 생산성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고 흑자색 체리 품종 추천에 망설임이 없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체리 품종은 크게 일본에서 도입된 붉은색 품종과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도입된 흑자색 품종으로 나눌 수 있다. ‘좌등금’과 같은 일본에서 육성된 품종은 당도가 높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조화롭고 그런대로 우리나라 기후에도 잘 맞아 생산성이 뛰어나지만 과일 크기가 다소 작고 과육이 잘 물러져 유통과 저장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반면 가장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는 미국산‘빙’과 같은 흑자색 체리는 과일이 크고 당도가 높아 맛이 좋으며 아삭한 육질로 유통도 편리하지만 수확시기가 장마와 겹치는 만생종 품종이 많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리 품종을 선택할 때는 맛, 크기, 색깔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생산성을 고려해 농가 수익을 뒷받침할 수 있는 품종으로 골라야 한다.

지금은 맛도 크기도 생산성도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품종을 추천할 때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계속 새로운 품종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지만 국내 적응성 평가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재배특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신 품종은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종종 한주에 5만원 또는 10만원씩 하는 품종을 심겠다는 또는 심었다는 분들이 계신다. 고가의 품종은 심기만 하면 10g이 넘어가는 대과가 주렁주렁 달릴까? 그렇지 않다. 현재까지 국내 재배환경에서 품질과 생산성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품종은 많지 않다. 맛과 생산성이 좋은 품종을 우선 선택한 다음 순지르기, 열매솎기 등을 통해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많은 민원 가운데 무슨 품종 심어야 되느냐는 질문 다음으로 체리 재배 전망을 묻는다. 체리는 그 작은 알속에 맛도 기능성도 그리고 간편 소비의 편리함도 잘 갖추고 있어 1인 가구, 젊은 층의 소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런 것을 보면 체리 전망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체리는 재배가 까다로운 작목이면서 고품질 체리를 생산하기 위한 기반이 약하다.

이런 것을 보면 체리 재배 전망은 어둡다. 체리 재배 전망을 밝게 만드는 것도 어둡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아무리 수요가 늘어나도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고품질 체리를 생산하지 못하면 전망은 어두울 것이고 수입산과 견주어 경쟁력 있는 체리를 생산하면 국산 체리산업의 전망은 밝을 것이다.

올해 봄 또는 가을에 체리 묘목을 심고자 한다면 반드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체리농장의 설계도를 그려보자. 하얀 종이위에 막상 뭔가를 그리려고 하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체리에 관한 책이 많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체리를 재배하는 농가도 꼭 한번 방문해 보자.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얀 종이위에 기본이 되는 밑그림은 내가 아니라 여러분이 그려야 한다. 체리 농장의 주인은 여러분이고 우리는 그 길을 같이 걷는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멋진 체리 농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남은영<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