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약용작물 중 하나로, 예로부터 그 효능을 인정받아 삼국시대부터 교역의 중심에 있었다. 또한 서양에도 일찍이 소개되어 역사적으로 많은 유명인들이 애용하였다. 그럼 인삼의 어떤 효능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한의학과 약물에 관한 가장 오래된 서적인 중국의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인삼은 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혼백을 안정시키고 경계를 멈추게 하며,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사기를 제거해 주고, 눈을 맑게 하고 마음을 열어 더욱 지혜롭게 하며,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또한,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으로 여기에서 'Panax'는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뜻하는 ‘Pan'과 의약을 뜻하는 ’Axos'와 결합된 것으로 서양에서도 만병통치약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ewis(1977)는 Medical Botany(Plants Affecting Human Health)란 책을 펴내며, Panacea(만병통치)라는 장을 신설하면서 Panax속 식물이 없었으면 본장이 성립될 수 없었다고 하였다. 서양의 과학적 세계관은 만병통치약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데, 인삼에 한해서만은 이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문명은 갈수록 세분화하고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임상경험에 대한 기록만으로 고려인삼의 우수한 효능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 인삼의 소비확대를 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려인삼의 효능에 대해 현대인의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그 효능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으로 표시할 수 있는 인삼의 기능은 홍삼이 “면역력 개선, 피로회복, 기억력 개선, 혈류 개선, 항산화 기능”의 5개이고 백삼은 “면역력 개선, 혈류 개선”의 2가지이다. 이 결과는 신농본초경을 비롯한 많은 서적과 옛부터 전해져온 우리 선조들의 경험적 기술에 비하면 어느 정도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여러 효능에 대한 과학적 구명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럼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고려인삼의 과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09년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A형 독감(H1N1, 신종인플루엔자)과 관련하여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신종플루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미국 에모리 대학의 ‘리처드’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였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하여 방사능 오염에 의한 피해가 우려될 때는,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인도 등의 연구자들에 의해 방사능 방어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었는데, 그 내용은 인삼 추출물이 방사선에 의한 출혈 감소 및 신경줄기세포 손상 억제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2012년에는 고려인삼의 최대 수출국인 대중국 수출 향상의 일환으로 승열(昇熱)작용에 대한 중국 측의 막연한 오해를 중국(길림농업대, 광동중의대) 연구진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불식시켰다. 2015년에는 건국대학교 김시관 교수팀이 동물의 노화와 관련 있는 단백질인 FABP9의 발현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정자 생성은 물론 정자의 질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으며, 이 업적으로 인해 고려인삼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이룬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제4회 세계인삼과학상(Ginseng Panax Innovation Award)을 수상하였다. 이외에도 인삼의 국가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최근 인삼 추출물의 전립선 및 뼈건강 개선 효과, 인삼 열매 및 잎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소재 개발 등에 관한 주목할 만한 기초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실용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좀 더 깊이 있게 연구되고, 임상 효과가 입증된다면 고려인삼의 경쟁력 및 부가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삼재배 농가의 경영환경 악화, 수출 및 내수부진, 빈발하는 이상기후(고온, 가뭄 등)의 지속으로 인삼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란 본래 위험과 기회란 뜻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인삼 연구진들은 고려인삼 효능의 과학적 규명과 함께 그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림으로써, 우리 인삼의 국제경쟁력 및 부가가치 향상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성큼 다가온 이번 겨울 많은 사람들이 고려인삼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신체 면역력을 향상시켜 감기를 비롯한 다른 질병 예방을 꾀할 것을 권하고 싶다.
■농진청 원예원 인삼과 농업연구관 김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