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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과수산업 무엇이 문제인가?국가간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FTA(자유무역협정)가 농업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칠레와의 FTA에 이어 미국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칠레와 미국은 과수산업 강국이다. 따라서 현재의 생산-유통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국 과수산업은 ‘시한부’일 수 밖에 없다. 중국 또한 우리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사과 한품목만 보더라도 중국은 세계 생산량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원예산업신문은 ‘조직이 경쟁력’이란 기획을 통해 과수산업 강국의 우리시장 점령에 대비하고 있는 한국과수농협연합회의 경쟁력 강화 시나리오를 총 7회에 걸쳐 정리하기로 했다.우리나라의 대표과일인 사과와 배 재배 농가들의 경영규모는 앞으로 상대해야할 외국의 농가들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사과가 호당 0.7ha이며 배는 0.55ha에 불과하다. 사과와 배 모두 1ha미만 농가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같은 소농구조 속에서 대부분 타작물과 겸업구조를 갖고 있어 전문성이 앞선다고 보기도 어렵다.더욱 큰 문제는 재배단위가 작은 생산농가를 규합할 수 있는 유통채널의 부재이다. 소농구조의 불리함을 출하단위 규모화로 극복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과수업계는 ‘각개전투’ 체제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과수산업 특징을 정리하면 ‘개별영농-개별등급-개별브랜드-개별판매’로 함축된다. 이같은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면 수출은 커녕, 국내시장을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반면 칠레와 미국 등은 농가당 재배단위도 크지만, 출하조직도 잘 갖춰져 있다. 농림부가 주도한 현지조사 결과를 보면 칠레와 미국의 과수농가들은 생산에만 전력할 뿐 판매문제는 별도의 조직이 전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미국의 사과 주산지인 워싱턴주의 단일농가 재배면적이 160만평인 경우도 있다는 것. 이들 농가들은 자체 패킹하우스도 운영, 하루 1만상자까지 상품화하고 있을 정도로 출하단위의 규모화가 완벽한 수준이다. 패킹하우스의 연간 가동일수가 150일이란 점까지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수전문농협보다 ‘앞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역별로 중소규모의 선과장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 선과장의 연간 가동일수는 길어도 3개월 미만이다. 해당지역 생산물량을 모두 모아 출하창구를 단일화할 엄두를 내지 못한 탓에 당초 작은규모로 설계될 수 밖에 없었다.공동선과량이 비교적 많은 과일품목이 배인데 추석 성수기의 내수 필요량과 미국(연말까지) 및 대만(1~2월) 수출품 선과가 끝나면 시설은 다음 수확기인 9~10월까지 휴면기에 접어든다. 물론 9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의 가동기간에도 선과기가 100%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농가들은 대부분 좋은 물건은 별도의 출하선을 유지하고 있어 과원에서 수확한 모든 과실을 공동선과장에 내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과수원에서 생산되는 물량도 일반상인에, 공동선과장에, 지역공판장에, 지역농협에, 일부는 소비자직판 등을 통해 뿔뿔히 흩어진다.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마다 자체 브랜드 선정이 유행하고 있다. 지역 특산품 육성으로 농가소득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출하단위 규모화에 걸림돌로 작용, 과수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자치단체별 브랜드를 앞세워 산지마다 ‘내것이 최고’라고 홍보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그것이 그것’일 뿐이며 다같은 한국사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또다른 각개전투’인 셈이다.농지소유 여건상 우리나라 과수농가의 재배단위를 대형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출하단위의 규모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와 과수전문농협, 농가의 의지가 출하단위 규모화의 열쇠이다.우리나라 6대과종의 연간 생산량을 모두 합치면 200만톤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의 사과 단일품목 연간 생산량 2,000만톤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가 출하조직을 일원화하여 체계적인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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