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복숭아 재배 및 품종 선택에 경종을 울릴만한 일들이 최근 벌어졌다. 바로 최근 3년간 나타난 복숭아 동해 및 저온 피해가 그것이다. 2013년 저온으로 인한 복숭아 피해면적은 전체 재배면적(14,335ha) 중 16.3%인 2,330ha로, 지역 및 재배 품종에 따라 그 피해 정도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숭아 저온 피해는 최근 반복되고 있는 기상이상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지속적인 기후온난화로 인한 복숭아 재배지의 북상과 특성 검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신품종의 신규 재식이 늘어나면서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숭아나무는 과원의 토양환경, 경사도, 방향 및 생육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과수에 비해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동해를 받는(동해 한계온도: -15~-20℃) 과종이다. 이러한 동해한계 온도에 4시간 이상 노출되면 피해를 받게 되는데, 그것도 품종에 따라 그 피해 정도가 다르다. 최근 해외에서 들어와 우리나라에 재식되고 있는 품종들 대다수는 대체적으로 일본의 온화한 기후에서 육성된 품종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개인 또는 민간 육종에 의해 육성된 품종들 대부분은 육성지에서만 과실특성 평가를 통해 품종출원, 등록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요 재배지에서 재배 적응성을 검토하는 지역적응성 시험을 거치지 않아 내한성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남들과 다른 품종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품종을 심고 의욕적으로 농사에 매달렸던 농가의 피해가 더욱 컸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제는 복숭아 품종 선택이 품질과 시장성 기준이 아니라 동해에 강해 얼어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푸념어린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60년대부터 복숭아 육종을 시작해 ‘유명’ 등 총 12품종을 육성했다. 이러한 육성 품종들은 품종으로 최종 선발되기 이전에 우리나라 재배 적응성을 검토하기 위해 수원, 춘천, 청원, 대전, 나주, 청도 및 진주 등 7개 지역에서 5~6년간의 지역적응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 과정 중 내한성이 약하거나 지역에 따라서 재배에 어려움이 있는 계통은 중도에서 도태시키고, 재배적응성이 높고 우량한 특성을 나타내는 계통들만을 최종적으로 품종으로 선발하게 된다. 물론 지역적응성을 검토하는 5~6년 기간 동안 최저기온이 별로 낮지 않아서 충분한 내한성을 검토하지 못하고 선발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19℃까지 저온에 도달하는 춘천지역에서 검토가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품종들보다 내한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최근 육성된 ‘미홍’ 품종이 같은 밭에 심어놓은 해외 도입품종이나 민간 육성 품종에 비해 내한성이 부각되면서 이 품종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 보험을 선택하거나 하다못해 몇 번 입지도 않을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 데도 우리는 비교견적을 받아 보고, 같이 쇼핑하는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몇 번을 입었다 벗었다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복숭아 재배농가들은 어떤가? 앞으로 10~20년을 내다보고 복숭아 품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얼마나 공신력 있는 자문을 구했는지? 앞으로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품종 선택에 얼마나 많은 신중을 기했는지? 저온에 의한 손실은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첫 걸음은 적정 재배지의 적정 품종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확인하듯 복숭아 품종의 선택에 보다 많은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 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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