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 할미꽃
한국의 야생화 - 할미꽃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4.01.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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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추억의 꽃말을 가진 꽃

 
할미꽃은 꽃자루가 자라면서 노인의 허리처럼 굽어져 고개를 숙이고 열매에 붙은 흰 털이 할머니의 머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할미꽃은 백두옹(白頭翁), 노고초(老姑草)라고도 한다. 할미꽃은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양지바르고 건조한 무덤가에서 많이 자라는데 이러한 할미꽃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요즈음 말로 조손(祖孫)가정이었다. 큰 손녀는 얼굴이나 자태는 예뻤지만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으며, 작은 손녀는 비록 얼굴은 못생겼으나 마음씨는 비단결처럼 고왔다.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 되어 큰 손녀는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고 둘째 손녀는 산 넘어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갔다. 두 손녀가 모두 시집을 가자 할머니는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으나 가까이 살고 있는 큰 손녀는 할머니를 모른 체하며 지냈다. 할머니는 마음씨 고운 작은 손녀가 그리워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다가 기진맥진하여 죽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손녀는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드렸는데 이듬해 봄에 무덤가에서 할머니의 허리같이 굽은 꽃이 피어났다. 그래서 이 꽃을 할미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슬픈 전설 때문인지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과 ‘추억’이다.
할미꽃은 꽃자루가 굽어져 아래를 보고 피는데 비와 바람으로부터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여 씨앗을 많이 맺기 위해서다.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열매가 익어 가면서 구부정한 허리가 펴져 키가 한층 커지는데 씨앗이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지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찮은 풀이라도 살아가는 지혜가 대단하다.
1970년대까지도 무덤 주변에서 할미꽃을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요즈음은 야생화 화단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귀한 꽃이 되었다. 옛날에는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민둥산이 많아 할미꽃과 같은 양지식물이 번성하였으나, 연료가 연탄과 석유로 바뀌면서 숲이 우거지게 되어 햇볕을 좋아하는 할미꽃이 설 자리를 잃게 되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약에 좋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뿌리 채 뽑아 간 것도 한 몫을 했다.
요즘은 산에서 할미꽃을 보기 어려운 만큼이나 길거리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꼬부랑 할머니도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머리 염색을 하지 않은 순수한 백발 할머니가 그립고, 이름과 달리 새색시 마냥 청초하고 겸손한 할미꽃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신동하 종자원 충남지원장=우리 꽃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10회에 걸쳐 한국 야생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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