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과일 이야기 6 -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가작 (조영실)
나만의 과일 이야기 6 -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가작 (조영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4.01.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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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일이야기 해 주세요~

9시가 넘었다. 이제 애들을 다 씻겼으니 잠을 재워야 할 시간이다.
네 살 아들과 두 살 딸을 양쪽 옆에 끼고, 남편은 아들 옆 한 칸 멀리 눕고 넷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수다쟁이 우리 가족들은 서로 자기이야기를 하려고 아웅 다웅한다. 하루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어제는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 이야기를 해줬는데, 오늘은 무슨 옛날이야기를 해줄까? ”
아이들은 매일 이야기를 해주면 잠이 안와 뒤척거리다가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어느새 잠이 든다.
“오늘은 새콤이 달콤이(매실엑기스를 아이는 새콤달콤하다며 새콤이 달콤이라 부른다) 이야기를 해주세요. 난 새콤이 달콤이를 좋아하니까요.”
네 살된 아들은 오늘 매실이 나오는 이야기를 주문한다.
“매실? 그런 이야기가 있어? 엄만 그런 이야기는 모르겠는데...”
“엄마가 만들어서 해주면 되지~”
평소 이야기는 마음대로 만들어서 하면 되는 거라고 설명했더니, 창작을 요구하는 내 아들. 그래...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인 내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옛날 옛날에, 동물들이 모여 서로 자기가 가져온 과일이 최고라고 자랑을 했대.
여우는 탐스럽게 익은 포도를 가져와서는 이게 얼마나 맛있는 줄 아니? 난 포도알을 하나하나 따먹을 때마다 그 향기에 기분이 너무 좋아. 즙을 내서 먹어도 좋고, 잼도 만들어 먹지. 우리 엄마는 술도 담궈 드시는데 몸에도 좋고 맛도 좋대. 맛있는게 이렇게나 알알이 모여서 매달려있으니 포도가 최고의 과일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다람쥐가 말했어. 최고의 과일은 노오란 감이야. 감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많이 익으면 홍시가 되어도 맛있고, 말려서 곶감으로 먹어도 맛있지. 언제나 맛있는건 역시 감이야.
남산만한 배를 내밀며 배를 우적우적 먹으며 곰이 말했어. 난 배가 제일 좋던데... 목이 마를 때 배를 먹으면 달콤한 물이 나와.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기침이 나면 엄마가 배를 달여줘. 그럼 기침이 안나오게 해줘.
무슨 소리야, 과일은 뭐니뭐니해도 사과지. 빨간 사과가 얼마나 이쁘니? 이렇게 이쁜 색깔의 과일을 봤니? 아삭아삭 먹는 소리도 이쁘기도 하지. 사과도 말려서 먹을 수 있어. 그럼 과자 같거든. 고슴도치가 한껏 가시를 세우고는 사과를 자랑했어.
이히히잉~ 말이 말했어. 우리동네에선 귤이 최고지. 귤도 잘라서 말리면 반짝반짝 빛나는 과자가 된다구. 얼마나 맛있는데. 그냥 까먹어도 맛있고, 날씨가 추우면 차로 끓여먹을 수도 있고, 잼도 만들수도 있어. 음~ 향긋한 귤잼을 빵에 발라서 귤차랑 같이 먹으면~~ 너무 너무 맛있지.
동물들은 서로의 과일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포도가 최고인가 싶다가 귤이 최고인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했지.
근데 멀리서 새가 훨훨 날아오더니, 초록색 딱딱한 열매를 내려 놓는거야.
그게 뭐니? 우린 지금 과일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렇게 못생긴 것도 과일이야?
그러자 새가 말했어. 응 이건 매실이야. 지난봄 저 언덕이 하얀 꽃으로 뒤덮였잖아. 그게 매실나무야.
맞아맞아. 겨울도 아닌데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이뻤어. 근데 과일이면 맛이 좋아야지.
매실은 그냥 먹으면 딱딱한데 설탕에 절여서 엑기스를 만들어먹으면 배가 아플 때 낫게 해줘. 날씨가 더울때 매실차를 먹으면 더위도 안 먹는대.
딱딱하고 못생겨도 몸에 좋은 과일이구나.
그럼 우리 배가 아플 땐 매실 엑기스를 먹고, 날씨가 추우면 귤차를 마시고, 기침이 나면 배를 달여 먹자. 날씨가 좋은날엔 소풍을 가서 포도쥬스, 사과잼을 먹어도 되겠네. 우아~ 신난다.
동물들은 이제 자기 과일이 최고라고 하지 않고, 서로의 과일을 모두 좋아해주기로 했대.
중간중간 동물 소리를 따라하던 아이가 말이 없다. 잠이 들었나보다.
동물이야기에 나오던 것처럼, 아침엔 빵에 귤잼, 사과잼을 발라 포도쥬스를 먹고, 배가 아플 땐 새콤이 달콤이(매실엑기스)를 먹고, 기침이 나면 배와 도라지를 삶은 배숙을 먹는 아이.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탄산음료나 설탕맛이 강한 캐릭터 음료를 먹을때도 시큰둥하다가 과일이 나오면 불이나게 상앞으로 달려와 과일을 채 다 깍기도 전에 입에 쏠랑쏠랑 넣는 아이.
퇴근하는 아빠에게 뛰어가 양손에 과일이 들려있는지를 확인하는 아이.
그래서 봄이 되면 딸기를, 여름이 되면 복숭아, 토마토, 포도, 수박을, 가을이 되면 사과, 배를, 겨울이 되면 귤을 시장에서 꼭 사오는 남편.
도매시장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제철과일을 박스째 사면서 “우리 아들이 오늘은 이게 먹고 싶다네요~” 허허 거리며 자랑하는 아들바보 아빠.
결혼 전 자취를 할 때는 과일을 집에 사놓고 먹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온갖 과일을 다 좋아하는 아이 덕에 우리집은 사시사철 과일이 떨어지지 않고, 우리도 과일의 참맛을 알아간다.
박스로 사온 과일이 조금 지겨워지면 포도는 즙을 내어 쥬스를 만들고, 귤로 잼을 만들고, 사과를 다져 계피랑 설탕을 넣어 빵에 넣어 먹을 사과소를 만들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마법사가 된 것 마냥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맛있다며 박수쳐주는 아이.
그래서인지 겨울이 와도 덜 아프고 씩씩하게 잘 커주는 우리 아이들이 있어 오늘도 신난다.
“오늘밤엔 어떤 이야기 해줄까?”
“복숭아 이야기해주세요. ”
“복숭아? ”
“어젯밤에 복숭아는 안나왔잖아요.”
“(에구구) 그래, 한번 해보자. 옛날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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