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에 열린 한중FTA 7차 협상에서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됐다. 1단계 협상은 상품을 일반·민감·초민감 품목군으로 구분, 품목군 정의에 합의하고 2단계에서는 품목별로 세부적인 협상을 진행한다.
1단계 협상에서 일반품목군은 10년이내 관세철폐, 민감품목군은 10년 초과 20년 이내 철폐로, 초민감품목군은 양허제외, 부분철폐, TRQ, 계절관세 등으로 정의하는데 합의했다.
또한 품목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되, 향후 상향조정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품목 12,000여개 세번 중 약 1,200여개 품목(10%)을 양허제외, 부분철폐, 계절관세, TRQ 등을 통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가 가능해졌다.
위생검역에서는 별도 챕터 구성에 합의하고, WTO/SPS 협정상의 권리와 의무를 재확인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한 각국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2단계 협상에서는 지역화 등 SPS 협상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협상에서 농업분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체계적·종합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간의 연구용역 및 품목별 전문가협의 결과 등을 감안하고 금번 협상 결과를 반영하여 민감품목 선정작업을 추진해, 각 품목별 단체들과 협의해 최종 우리측 민감·초민감 품목군을 결정하고 있다.
# 인삼 최대 2962억원 피해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배, 고추, 인삼 등 13개 과수·채소 품목 10년 피해액은 최대 12조원으로 한미FTA 농업분야 15년 피해추정액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농협경제연구소의 한중FTA의 파급영향과 대응방향에 따르면 인삼이 최대 2,962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심각하고 고추가 2,701억원의 생산액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과는 1,137억원, 배 493억원, 감귤 969억원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13개 과수와 채소의 피해액을 연간 최소 7천억~1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피해규모는 한미FTA 체결 당시 향후 15년 피해추정액으로 제시됐던 12조 2천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고서에서는 2010년 당시 관세수준에서 중국산 채소류의 국내 판매가격은 국산의 37~137% 수준이며, 한중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내산 가격의 20~98%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관세율이 100% 미만인 품목은 관세 완전 철폐, 100% 이상 품목은 50%를 감축하는 시나리오 1의 경우 생산액이 2006~08년 3개년 평균 생산액 대비 최대 약 7,94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세율 구간에 상관없이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시나리오 2의 경우에는 생산액이 최대 약 1조2,06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 2에 따르면, 예상 피해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등 4개 품목의 최대 예상 피해액은 약 7,500억 원에 이르고, 사과, 배, 감귤 등 주요 과일류는 약 2,600억 원으로서 각각 총 예상 피해액의 62.2%, 21.6%를 차지하게 된다.
# 검역협상 지역화 도입 우려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검역분야(SPS) 협상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화 인정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단계 협상에서 중국에게 FTA 협상에서 식품안전과 불법어로 근절 등을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검역협상을 2단계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2단계 협상에서 지역화를 인정하게 돼 검역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축전염병 및 식물 병해충의 발생 등을 이유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중국 산 과일과 축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의 한-중 FTA 협상과정에서 농축산물의 관세철폐와 함께 중국 산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규제 완화와 SPS분야에 대한 별도 논의 및 협정문 체결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우리정부는 SPS분야는 WTO/SPS의 일반규정에 따라 논의해야 한다며 FTA에서 이를 별도로 협상하는 것에 소극적 입장을 취하다가 SPS분야에 대한 별도의 논의를 수용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과 1단계 협상에서 농수산 협력으로 식품안전 문제, 불법어로 근절, 식량안보 구축 등을 제시했고 중국에서 식품안전, 불법어로 근절 등을 받아들여 2단계 협상에서는 검역분야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과 중국은 품목별로 관세철폐나 인하 등의 시장개방 협상과 함께 SPS 등 협상의 전 분야에 걸쳐 실질적 논의를 벌이고 있는데, 동식물 검역에 대해 논의하는 SPS분야 협상결과에 따라 농축산업의 피해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화란 질병이나 병해충 발병 여부를 국가가 아닌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판단해 수입을 허용하는 것을 말하는 데, 중국은 넓은 국토면적으로 인해 가축 질병 및 식물 병해충의 청정화를 국가단위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뉴질랜드 등과의 FTA를 체결하면서 지역화 조건 및 인정 절차 등을 협정문에 포함시켜 지역화 인정을 통한 농축산물 수출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에서도 지역화를 통한 수출생산기반을 만들어가는 데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중국 측의 전략은 농협 농업통상위원회의 ‘중국 섬서성·사천성 농업조사 출장보고서’에 자세히 드러나 있다.
# 중국 사과·감귤 우위지역 설정
중국은 돼지, 사과, 감귤 등 16개 품목의 사육이나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우위지역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그 우위지역에 대해서는 가축질병 및 식물병해충 무발생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는 100만ha의 사과 병해충 무발생지역 건설을 추진해 이미 2008년에 이를 완료했다. 감귤의 경우도 중국은 장강유역(호북성, 중경시, 사천성)의 감귤 재배 우위지역을 중심으로 감귤 병해충 무발생지역 건설을 2007년부터 추진했다.
무발생지역 면적이 50만ha로 한국 감귤재배면적의 24배에 이르고, 이미 2010년에 감귤궤양병, 감귤녹화병, 귤과실파리 청정지역의 건설이 완료됐다고 농협 농업통상위원회의 출장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지역화 인정을 통한 수출확대전략에 대해 농협 농업통상위원회는 “한중 FTA 협상에서 검역상 지역화 인정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 타결될 경우, 중국산 신선과일은 즉시 지역화인정 조건에 의거 국내에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검역상 지역화 인정에 관한 구체적 인정 조건이나 절차 등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