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호열=원예산업신문 편집국장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산물에 대한 유통구조개선 문제가 선결과제로 주목됐으나 진행과정에 있어 일부 미비점을 남겼으며, 신선농산물 수출에 있어 선두적인 역할을 해온 원예산물들이 엔화 환율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 또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최근들어 한중FTA 2단계 협상진행과 TPP가입 여부를 지켜 보는 원예인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와관련 원예산업신문은 신년특집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원예분야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최희종 식품산업정책실장을 만나 지난해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봤다.
/편집자 주
▲장호열국장=최근 몇 년간 농업계에서는 배추, 무, 고추, 마늘 등의 가격변동 폭이 커지면서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이 화두가 됐습니다. 이에따라 지난 5월 농식품부와 관계기관 합동으로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했는데 1년간 개선된 점과 이에 대한 평가를 해 주시죠.
▲최희종실장=유통구조 개선대책 발표 후 직거래 확산, 생산자 단체인 농협의 유통계열화 인프라 완비, 도매시장 규제완화, 수급관리를 체계화 했습니다. 직거래, 로컬푸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제고로 로컬푸드 직매장이 올해 말까지 35개로 늘어나고 꾸러미 사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개장해 수도권에 산재된 도매인력을 안성으로 통합 농협의 판매기능을 대폭 강화했고, 도매시장은 시장주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도매법인이 정가수의매매를 전제로 산지로부터 직접 농산물을 매수, 집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저장, 물류사업도 가능토록 농안법 시행령 등을 개정했습니다.
특히 배추, 양파 등 5대 주요품목 수급조절메뉴얼을 만들어 수급조절위원회를 통해 집중적으로 관리해 김장대책발표, 김치지수 제공 등 선제적인 대응으로 가격변동폭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금번 대책 추진으로 의미있는 변화들이 분야별로 나타나고 있고,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의미있는 변화들이 모여서 대다수 국민들이 농산물 유통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 분야별 대책을 꼼꼼히 추진하겠습니다.
▲장국장=그러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있어 원예분야 전문농협인 품목농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최실장=품목농협은 산지 규모화와 대규모 물량취급을 바탕으로 도소매 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등 계열화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유통계열화를 통해 소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대형유통주체 또는 중간상을 견제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국장=신선농산물 수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하기는 했지만 화훼분야 수출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신선농산물 수출의 효자 역할을 해 온 배 마저 중국산 배의 대미 수출로 인해 수출 감소 위기에 있는데 정부의 시각과 지원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최실장=올해는 급격한 엔화환율 하락과 경쟁국들의 수출시장 진입 등으로 화훼, 배 등 주요 수출품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먼저 엔화로 크게 피해를 입은 화훼부류에 대해 일시적으로 추가 물류비를 지원하고 환변동 보험지원 규모를 늘려 긴급한 처방을 했고, 중국산 배의 미국시장 진입으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 배 수출농가들을 연합해 ‘K-PEAR’ 단일 브랜드를 만들어 수출할 때 정부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중국배와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K-PEAR 단일브랜드를 지원한 결과 11월 기준으로 수출실적은 지난해 동기보다 2.2% 감소하는데 그쳤습니다.
▲장국장=그럼 올해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농식품부의 정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최실장=수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농식품 수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수출농가,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수출시장 상황과 검역 검사체계 등 국가별 수출정보를 수출농가와 업체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신선농식품 수출촉진을 위한 신규, 유망시장 개척과 해외홍보를 강화해 수출농가의 소득증진과 수출확대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국장=수출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농가 스스로 자립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와관련해 원예분야에 의무자조금법이 도입됐지만 자조금 의무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 의무자조금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사항이나 대책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최실장=지난 2000년에 파프리카, 참다래를 시작으로 품목별 자조금을 조성해서 2013년까지 24개 품목 자조금이 조성돼 생산자 중심의 소비촉진, 시장개척, 수급조절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그동안 원예자조금은 임의자조금 형태로 품목과 거출형태가 다양하고 참여회원 규모가 영세해 자조금 조성에 애로가 많고 그 역할이 소비촉진, 홍보사업, 이벤트 행사에 그쳐 산업 발전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원예분야 자조금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농수산자조금법을 제정해 제도적으로 의무자조금 도입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의무자조금은 대다수 농업인이 참여해 품목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만큼 품목산업 정책 수립시 자조금 사업과 연계해 지원하고 의무자조금 여건이 마련되는 품목부터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는 성과평가를 통해 의무자조금과 임의자조금 단체에 대한 지원비율과 한도액을 차등해 적용하고 의무자조금 단체의 생산량이 총생산의 50% 이하인 경우 자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입니다.
▲장국장=자조금 지원비율과 한도액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최실장=정부 지원금 매칭율은 의무자조금은 30~50%, 임의자조금은 25~40%이고 지원 한도액은 의무자조금 원예분야 50억원, 임의자조금은 최대 20억원 이하로 지원됩니다.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도적인 의무자조금단체를 확대하고 원예품목의 대표단체를 육성해 품목산업을 활성화시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장국장=2015년부터는 친환경저농약 인증이 없어지게 되는데 현재 저농약 인증 농가들이 GAP로 전환을 해도 시장에서 가격차이가 없어 GAP 인증에 대한 효과가 적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GAP제도가 아직 소비자들에게 홍보가 적어 시장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최실장=2015년에 폐지되는 저농약인증을 무농약인증으로 유도하고 농약사용이 불가피한 과일 등에 대해서는 GAP 인증으로 유도해 기존의 제품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3단계로 복잡한 GAP 인증절차를 원스텝(one-step)으로 간편하게 하고 농산물 안전성 검사비 비용 등을 지원해 농업인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한편 GAP 농산물 구매확대를 위해 학교 등에서 GAP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유통업체 등과 협의해 GAP 농산물 취급을 연차별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어려운 GAP용어 단순화, 각종 대중매체를 활용한 홍보강화, GAP 모범농가를 활용한 스타팜 체험행사를 통해 전체 농산물의 30% 수준까지 중장기적으로 모든 농산물로 GAP를 확대해 우리농산물의 안전성 수준을 제고시켜 나갈 방침입니다.
▲장국장=최근 한중FTA협상과 관련 검역규제 완화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고 지역화가 인정됐을 경우 정부의 대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최실장=‘지역화’는 질병이나 병해충 발생 단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인정한다는 WTO SPS 협정상의 개념입니다. SPS조치는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로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중국은 한중 FTA 협상에서 농산물 무역원활화를 위해 지역화 등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WTO 협정상 규정된 회원국의 준수사항보다 높은 수준의 추가부담으로 인한 농산물 분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하겠습니다.
▲장국장=TPP 가입과 관련한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최실장=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29일자로 TPP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이는 TPP의 폐쇄성으로 인해 회원국이 아니면 협상동향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상동향과 영향분석을 하기 위해 관심을 표명한 것입니다.
현재 관심표명 이후 12개 TPP 협상 참여국과 우리의 TPP 참여 가능성에 대해 예비 양자협의를 추진 중입니다. TPP 가입절차는 관심표명 후 예비 양자협의를 거쳐 참여를 선언하면 공식적인 양자협의를 거쳐 기존 참여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관심표명은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정부는 TPP 협상 참여국과의 예비 양자협의 결과, TPP에 대한 분야별 심층 영향분석을 하고 이해관계자별 의견을 수렴해서 종합적으로 평가 및 검토 후에 참여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내외적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어 농업인들이 우려 하는 것과 같이 조기 가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국장=마지막으로 원예인들에게 FTA를 이겨내고 국민에게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실장=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위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위기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중 FTA로 인해 신선채소 등 원예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중 FTA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원예 농업인들의 노력으로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왔습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원예농업인들이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한중 FTA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원예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기록·정리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