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한국의 야생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12.09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과 곤충, 서로 돕고 서로 속이는 세계

 
식물은 한 번 뿌리를 내린 곳을 떠날 수 없다. 유전형질이 좋은 자손을 만들기 위해서는 꽃가루받이를 해야 한다. 이때 매개곤충의 도움을 받는다. 중매쟁이인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사용한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곤충의 눈에 잘 띄게 하고, 달콤한 향기를 퍼트려 멀리서도 찾아오도록 한다. 그리고 꽃가루를 나르는 대가로 꿀과 꽃가루를 먹이로 제공한다.
그러나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곤충은 쉽게 꿀이나 꽃가루를 먹으려 하고, 꽃은 곤충에게 대가를 주지 않고 심부름만 시키려고 한다. 이렇게 이해가 상반되기 때문에 서로 속이기도 한다.
식물이 곤충을 속이는 전략은 다양하다.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의 노동을 착취하고, 심지어는 곤충의 목숨을 빼앗기까지도 한다. 식물들이 사용하는 속임수를 몇 가지 소개한다.
‘닭의장풀’의 파란 꽃잎 바로 앞에는 리본 모양의 수술 세 개가 늘어서 있다. 이 수술은 선명한 노란색이기 때문에 곤충의 눈에 잘 띈다. 그러나 이것은 가짜 수술로 꽃가루가 극히 적다. 곤충의 시선을 끌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리본모양의 가짜 수술 앞에 진짜 수술이 있는데 곤충이 가짜 수술을 노릴 때 재빨리 곤충의 가슴과 다리에 꽃가루를 칠하여 목적을 달성한다.
‘물매화풀’ 꽃에도 다섯 개의 가짜 수술이 있는데 끝이 갈라져 영롱한 구슬이 맺힌 것같이 반짝인다. 매개곤충들은 이것이 꿀샘인 줄 알고 찾아와서 꽃가루받이를 하게 된다.
난초과 식물인 ‘자란(紫蘭)’은 꿀이 많은 것처럼 위장한다. 벌은 자란을 발견하고 꽃잎에 앉는다. 꿀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선(nectar guide)을 따라 꽃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꽃에 꿀이 없으므로 곧 나온다. 이 때 벌의 등에는 꽃가루가 잔뜩 묻는다.
난초는 가장 진화한 식물이기 때문에 곤충을 속이는 방법도 첨단을 달리고 있다. 지중해에서 자라는 ‘오프리스 난초’는 암벌 흉내를 낸다고 한다. 꽃의 생김새나 촉감뿐 아니라 암벌의 냄새까지 풍긴다. 수벌이 찾아와 짝짓기를 하려고 애쓰게 되는 과정에서 꽃가루받이가 된다.
곤충이 꽃을 찾는 것은 단지 꿀이나 꽃가루를 먹으러 오는 것만은 아니다. 딱정벌레는 꽃을 데이트 장소로 이용한다. 수컷이 꽃에서 어슬렁거리며 꽃가루를 먹으러 오는 암컷을 기다린다. 서로 맘에 맞으면 짝짓기를 한다. 사마귀나 거미와 같이 곤충을 잡아먹는 육식곤충에게는 꽃을 찾아오는 곤충을 사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꽃과 곤충이 서로 도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속이며 사는 모습을 보면 인간세상과 다름없다. 그 이면에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으려는 경제 법칙이 작용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