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미국배수출단지협의회장·안성과수농협 조합장>
김종학<미국배수출단지협의회장·안성과수농협 조합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09.16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PEAR’에 거는 기대

 
배 수출이 위기에 봉착했다. 백척간두(百尺竿頭)라는 말이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이라는 것이 실감이 될 정도다.
한국배는 배 중에서도 동양배(pyrus pyrifolia)라 하여 세계적으로도 희귀성이 있는 과일이다. 서양배가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반면, 한국배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아 미국, 대만을 중심으로 연간 1만8천톤(5천만불)이 수출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품종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홍콩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열대과일과 차별되는 맛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이정도 되면 효자 수출품목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주 수출시장인 미국에 올해부터 중국산배가 수입 판매되기 시작했다. 중국산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애써 가꿔왔던 우리 한국산 배 시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중국산배는 한국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안전성을 보증할 수 없다. 또한 중국산배가 한국배 시장을 빼앗고자 중국산을 ‘韓國沙梨'나 ‘KOREAN SHINGO' 등으로 표기하며 마치 한국산인양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배 수출농협 조합장으로서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한다. 미국시장에서 중국산배와 차별화를 위해 배 수출단지와 수출업체가 한마음으로 뭉쳤다. 한국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배에 ‘K-PEAR'라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수출업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올해 수출되는 배에는 100% ‘K-PEAR'를 부착하기로 했다.
(사)한국배연합회에서는 ‘K-PEAR'라는 한국배 브랜드를 미국에 등록하여 유사상표 도용방지를 위한 법적인 절차를 마쳤다. 또한 미국에서 ‘K-PEAR'를 알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 농협중앙회에서도 힘을 합쳐 추진하기로 했다.
흔히 위기를 위험과 기회가 합해진 단어라 한다. 이미 위기는 한국 배농가 앞에 와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한방에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번 공동브랜드를 기회로 한국배가 다시한번 발전할 수 있도록 농가들이 힘을 모을 때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는 말이 있다. 백척 대나무 장대끝에 서 있는 사람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면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라는 당나라 고승 장사스님의 말씀이다. 다같이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욱 소비자의 눈에 맞추어 안전하고 맛있는 배를 생산하고 해외 신규시장 개척이 필요할 때다.
‘K-PEAR'에 한국배의 운명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