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사랑하는 아이들
흙을 사랑하는 아이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09.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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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고향이 좋고, 어머니 손맛이 그리운가. 그것은 아마도 유년시절을 그곳에서 자라면서 줄 곳 어머니 입맛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 보고 느끼고 즐기는 모든 것들이 고향을 떠나고 성장한 후에도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업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일깨워줘 어른이 된 후에도 농업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하기 위해 초등학교 원예활동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식물과의 상호교감을 통해 아동들의 정서지능과 소통능력 향상을 꾀하고, 교과 영역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을 위함이다. 필자는 한 학기 동안 자그마한 텃밭에서 이뤄진 어느 초등학교 5학년생의 원예활동 시범사업 추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초등학교는 올해 인근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시멘트 바닥을 텃밭으로 바꿔 팻말을 세우고 농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학생들에게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첫째, 학급 구성원이 상대적으로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1.5배 정도 많았고 여학생들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서로 시기, 질투를 많이 하여 친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둘째, 눈에는 잘 띄지 않은 특수학급 학생과 주기적으로 가출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특수학급 학생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또 어렸을 때부터 가정 형편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가출을 하는 학생을 도와주는 방법이 필요했다.
셋째, 31명 학생 중에 8명이 편부, 편모가정의 학생이며, 법적으로는 도움을 받지는 못하지만 생활형편이 넉넉지 않고 가정 속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아 인성문제와 생활지도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런 학생들과 함께 각 모둠별로 딸기, 옥수수, 땅콩, 가지, 토마토, 고추, 고구마, 상추 등을 심고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 원예활동은 어린이 농부 선서식에서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농부’에 대한 포부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아침 등교 시,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하교 시에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바라보며 학생들은 식물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심은 식물이라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물도 자주 주고, 잡초가 나면 제거해주고, 감자 위에 사는 무당벌레 등을 바라보며 생명의 신비함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원예활동을 한 학기 동안 실시한 결과 학교폭력과 싸움으로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나 건의사항이 하나도 없었으며 교사 역시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를 종합해볼 때 텃밭 가꾸기가 학생들의 인성에 많은 도움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수확한 작물들을 직접 집으로 가져가 부모님께도 드리고 함께 먹으며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하나 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수확한 상추, 토마토 등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확하고 깨끗하게 씻어 급식실에서 다른 학년 학생들과도 나눠 먹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인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식물을 돌봐줘야 하는 엄마 같은 존재로서 그만큼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는 내가 소중한 존재인 만큼 다른 친구들도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을 느끼고 다른 친구들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결돼 배려심과 포용력을 길러 싸움 없는 사랑하는 반이 되는데 기여했다. 더욱이, 자주 가출하던 학생도 식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 덕에 그 횟수도 줄어들었으며, 왕따 문제나 친구에 대한 집착 등의 문제를 겪던 아이들도 그러한 부분이 많이 해소돼 왕따 없는 평화로운 반이 됐다.  평소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학생들도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애정결핍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원예활동은 점점 더 삭막해지는 이 도시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식물을 바라보며 식물과 함께 바른 인성을 지닌 학생들로 자라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농진청 원예원 기술지원과장 오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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