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종주국 지위 확보 국가차원 전략마련 필요
⑧ 웰빙·힐링 시대에 걸맞는 고려인삼의 발자취와 새로운 도전
- 차선우(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장)

인삼은 아주 오래전부터 귀한 약재로 이용되던 ‘하늘의 정기를 받은 상약(上藥)’으로, 위도 22∼48°의 선선한 기후와 반음지 조건에서만 자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웰빙 약용작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삼속 (Panax)에 속하는 유전자원의 숫자는 10여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일대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 등에서 자생한다. 이 중 약효와 경제성이 인정되어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려인삼 (Panax ginseng C. A. Mey., 高麗人蔘)과 중국의 삼칠삼 (P. notoginseng (Burkill) F. H. Chen ex C. H. Chow, 三七蔘) 및 북미의 화기삼 (P. quinquefolius L., 花旗蔘)의 3종에 불과하다.
▲특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고려인삼은 다른 인삼 경쟁국 (중국, 미국,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삼에 비해 앞선 재배기술과 천혜의 재배·환경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뿌리가 사람 인(人)자의 모양을 닮은 것이 특징이며, 화기삼은 고려인삼에 비해 주뿌리가 짧아 단순한 형태이고, 중국의 삼칠삼은 울퉁불퉁한 모양에 검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역사
고대 동양에서 중요한 약으로 인식되었던 고려인삼은 뛰어난 약성 (藥性)때문에 예로부터 중국, 일본 등과의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된 귀중한 물품이었다. 한편 고려인삼은 1688년 우리나라에 표류했던 하멜에 의해 효능이 서구에 알려졌으며, 특히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인삼을 아주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근래에 들어서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미테랑 대통령, 톱모델 나오미 켐벨 등의 저명인사들이 건강과 미용을 유지하기 위해 인삼을 꾸준히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성 및 효과(효능)
최근 천연물 신약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인삼은 대표적 성분인 진세노사이드(사포닌)가 항당뇨, 항암, 심장강화, 혈압조절 등의 효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특히 진세노사이드 Rg3는 암 전이억제 치료 신약으로도 개발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인삼은 피로회복, 스트레스 경감, 각종 방어작용 강화, 기억력 증진, 심근경색 예방 및 난치성 빈혈치료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인삼 고유의 향기성분인 파나센(Panacene)은 인체보온 작용과 원기회복, 면역력 강화 등의 효능이 있어 신산업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산업

건강식품으로서의 인삼은 과거의 수삼, 백삼 위주의 소비에서 여성 다이어트용, 어린이 성장발육 촉진 제품 등의 다양한 홍삼제품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홍삼이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삼은 뿌리뿐 아니라 줄기, 잎, 열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쌈, 샐러드, 파스타 등의 웰빙 채소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한식의 재조명과 다양한 퓨전 음식의 등장으로 인하여 인삼을 테마로 한 다양한 음식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진세노사이드를 이용한 노화방지, 피부재생 기능성을 이용한 기초화장품과 팩, 샴푸 등의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인삼을 이용한 생활용품 시장 또한 그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고려인삼의 종주국’과 ‘명품인삼’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과 문화관광시장 조성도 추진되고 있는데, 금산세계인삼엑스포, 풍기, 음성 등의 인삼축제와 한방건강진료, 효능체험을 제공하는 인삼건강테마파크 조성 등 다양한 행사와 문화콘텐츠를 결합시켜 인삼종주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출 및 기타
1970년대 후반까지 세계 최대의 인삼 생산·수출국이었던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의 ‘고려인삼은 체온을 올리고 화기삼은 낮춘다’는 이른바 고려인삼의 승열작용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 때문에 홍콩 수출시장 점유율이 한때 3%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대만 등 고려인삼을 선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캐나다에 이어 수출 2위의 지위를 회복하였고, 최근 2년 동안에는 수출 189백만불 (2011)과 151백만불 (2012)을 돌파하여 국내 농산물 중 단일 수출품목으로 사상 최고의 수출실적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한편, 최근 웰빙에 이은 힐빙 트랜드 속에 세계 인삼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인삼산업 최대의 라이벌인 캐나다, 미국, 중국과의 국제적인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전략마련이 필요한데, 확고한 전략목표에 의한 R&D 추진으로 국내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세계인삼과학상’을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세계 인삼연구의 메카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경제, 인문학 연구를 접목하여 문화콘텐츠, 국제의료관광 등 문화상품도 개발하여 새로운 수익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는 홍삼의 약리효과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미국, 중국 등의 주요경쟁국과 차별화된 연구개발과 기술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사망률이 높은 각종 암과 서구에 특히 많은 비만이나, 고지혈증 해소 연구 등을 통해 얻은 결과를 화기삼 등의 외국삼과의 차별화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제품화하는데 힘써 국내 인삼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삼산업 경쟁국과 비교하여 우리 고려인삼이 안고 있는 최대의 약점은 생산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환경재해에 대응하여 농진청에서 최초로 개발한 ‘천량’과 같은 우량품종들을 농가에 신속하게 보급하고, 기계화와 최신 해가림시설 개발 등 품질과 생산비절감을 위한 새로운 기술 또한 시급히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논재배와 유기농 등 친환경 재배기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개발, 보급하여 인삼 안정생산과 품질 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또한 높은 소비자 가격, 수입인삼의 국내산 둔갑, 품질보증 불안 등으로 낮아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표준등급제, 이력추적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최첨단융합기술을 활용한 인삼 품종, 연근, 원산지 판별 원천기술을 실용화하여, 정확하고, 체계적인 원산지, 유통 관리로 부정유통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
웰빙과 힐링 시대를 맞이하여 대한민국 산학관연과 인삼농가가 혼연일체가 되어,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오래도록 지켜온 우리 고려인삼의 명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고려인삼의 종주국으로서 그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천년인삼프로젝트 개발이 필요하다(그림1).
■ 천년(千年)인삼 프로젝트는
▷ 인삼 종주국이자 미래 선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인삼산업 발전전략
- 1,600년에 걸쳐 이어 내려온 우수한 고려인삼의 이미지를 포함하면서, 다가올 천년을 대비하는 인삼발전전략의 의미로 천년 인삼을 강조
- 생산, 가공, 유통 등 인삼산업 전반 효율화·투명화를 통해 인삼산업 선진화를 이루고, 고려인삼 국가브랜드 구축과 공격적 마케팅, 과학적 연구 강화 등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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