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텃밭면적 558ha, 도시농부수 76만6천명
⑦ 식물·인간·환경 공존하는 도시농업 - 송정섭(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장)


급속한 도시화로 말미암아 시멘트와 콘크리트속에 갖혀버린 도시민들에게 자연에 대한 향수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소득 2만불을 넘어가면서 양보다는 질 중심의 생활패턴 변화도 한 몫 하였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서 채소나 꽃을 기르며 심신의 위안과 안정을 찾아가는 생산적인 여가활동이다. 즉 농촌농업과 달리 농사짓는 목적이 소득이 아닌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을 위한 것으로 경작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느끼며, 즐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은 2012년 기준으로 텃밭면적은 558ha, 도시농부수 766천명으로 2010년에 비해 4배이상 증가하였으며 텃밭수도 12,662개소로 빠르게 늘고 있다. 도시농업 유형은 옥상농원(텃밭형, 상자형, 관상형, 허브용 등), 스쿨팜(유아원, 학교의 화단, 계단, 옥상 등에 자연학습장), 공공텃밭(지자체가 운영하는 텃밭), 주말농장(개별 농장주가 운영), 도시농업공원(지자체 관리, 농사체험장, 교육장 배치) 등 종류가 다양하다. 도시농업은 안전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매력 외에도 정서함양, 가족의 화합 및 단절된 지역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도시 생활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농업이 붐처럼 일어나면서 농사지어 달랑 가족들 먹을거리만 가꾸는 도시민들도 늘고 있다. 즉 도시농부 2천명에게 물었더니 전체의 95%가 고추와 상추를 기른다고 했다(‘10 농촌진흥청). 물론 공동체텃밭이나 학습체험장을 만들어 농사체험도 하면서 나눔과 공동체를 회복하거나 농심을 이해하고 자라는 식물들을 관찰하면서 생명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는 자연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사람은 식물과 공존한다. 식물없이 사람만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 특히 사람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하나의 생물종이다. 그래서 도시농업은 늘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거기다 먹을거리도 좋지만 볼거리나 느낄거리가 같이 균형있게 발전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미래도시의 구현을 위해서도 도시농업은 필수적이다. 미래도시에는 에너지 절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생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라면 사람들도 쾌적한 환경을 갖게 된다. 그린홈, 그린빌딩, 그린시티에는 에너지 절감과 함께 식물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의 경우 전체 표면적의 24%가 건물이라 건물옥상이 녹화되지 않으면 녹지율은 늘 답보상태에 있다. 회사나 병원 옥상에는 4계절 볼거리가 있는 휴식정원을, 학교나 유치원 같은 곳은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 있는 자연학습장을, 아파트 같은 공간은 거주민들이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공동텃밭을 조성하는 등 도심 인공지반들은 건물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원예나 체험학습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나라 미래 도시농업의 비젼 제시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도시농업전문연구팀이 생겼다. 연구팀은 박사급 연구원 14명으로 무장되어 농업의 역할을 확대(식량생산 → 식량 + 미래세대 생명교육, 도시 실내외환경 개선, 어르신 일자리 창출, 심신의 건강 유지)하고 도농상생 방안 모색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원예학회에서도 도시농업이 학술적으로 기반을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별도로 도시원예 분과를 만들어 여기서 도시농업 전문가들이 모여 활발하게 발표 및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시와 농업의 만남은 경제적·환경적·사회적·교육적 분야에서 가치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도시민이 농업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어 농산물 소비증대를 가져오며, 농업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작용하여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유휴지와 건물 옥상의 녹화는 에너지 비용 절감을, 농지 자연순환은 폐자원 처리비용 절감 효과를 준다. 도시로 들어온 농업은 대기를 맑게 하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생태도시를 만든다. 사회적으로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로, 다가오는 고령사회의 노인 활동공간으로 작용하여 함께 나누는 이웃의 정을 회복한다. 농업은 자연속 교실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천혜의 놀이터이자 도시민들의 정서 치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제 막 부푼 도시민들의 농부로서의 꿈이 식물-인간-환경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로 연계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원예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