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제주서 시설원예-식물공장 국제심포지엄 개최
③ 변화하는 농업생산 패러다임 - 손정익(서울대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위하여 우리나라는 ‘시설원예’라는 새로운 농업생산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시설원예란 “작물에 적절한 생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온실과 같은 시설을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작물 생산을 위한 시설과 투자를 시작하였고, 투자 대비 생산성 및 이에 따른 소득 증대를 위한 과학영농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시설원예는 농촌의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였고 시설원예에 필요한 각종 자재 관련 산업을 발생시키며 농산업 기반 구축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과거 획기적으로 수량이 높은 쌀 품종을 개발한 것을 ‘녹색혁명’이라 부르는 것처럼 시설원예가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기여한 것을 ‘백색혁명이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설원예 면적은 53,000ha이며 현대화된 과수시설을 포함하면 59,000ha에 이르고 있고 농업수출 부분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원예의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작물의 생육, 수량, 품질 등에 관련된 주요 환경요인은 광,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다. 온실 외부의 환경요인이 계절별로 다르고 하루 중에도 시간대 별로 변하기 때문에 온실 내에서 재배되는 작물에 적합한 환경조건을 유지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나라에서 환경조절 기술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시설원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하여 기여를 하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 시설 작물의 수량과 품질은 상당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난방을 위하여 화석 에너지를 이용하는 시설원예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난제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설원예에서 비용의 30% 정도가 난방을 포함한 광열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을 고려하지 않고 시설원예 경영을 할 수 없다. 이를 위하여 에너지 절감형 온실 구조, 적절한 피복재의 조합, 작물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조절기술 및 태양열/지중열/폐열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의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설원예의 발전에 따라서 이에 관련된 자재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온실 피복자재이며, 기타 온실 골조, 관수자재, 상토(배지), 환경조절에 필요한 각종 센서, 부품, 장치 등이 이에 해당된다. 피복자재를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이 때문에 많은 외화가 지출되고 있다. 시설원예가 국내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나, 이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시설원예 관련 기술은 앞으로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수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또 하나의 획기적인 농업생산 방식은 수경재배이다. 수경재배는 흙이 아닌 균일 인공토양에 양분을 공급하여 재배하거나, 아예 인공토양도 없이 양액을 뿌리에 공급하여 재배하는 방식이다. 불균일한 특성을 가진 일반 토양 내의 환경관리가 매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수경재배는 작물생육 관리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작물생산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상업화되어서 현재 전체 시설원예 면적의 약 2% 수준에 도달해 있다.

수경재배는 위에서 언급한 환경조절 기술이외에도 양액관리 기술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술 적용을 통하여 단위 면적당 생산성 증대, 토양 조건과 무관한 재배지역 선정, 청청 고품질 작물의 연중생산, 자동화 등을 가능하게 하였다. 현재 수경재배 방식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수경재배는 배지의 사용여부에 따라서 배지경과 액경이 있고, 공급 양액 재활용 여부에 따라서 순환식과 방류식이 있다. (참고적으로 방류식은 환경오염, 양수분의 손실 등으로 순환식 방식이 점차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한 적용 분야에 따라서 농업 생산용과 가정용 수경재배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가정용 간이 수경재배 방식은 신선 채소 생산을 농민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국민의 생활 속으로 이동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식물공장의 출현은 농업생산에 관련된 고정 관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식물공장은 “환경조절을 통하여 작물의 연중생산, 계획생산이 가능하며 수량과 품질을 조절할 수 있는 공장형 식물생산 방식”이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된 식물공장은 최근 2~3년 전부터 주요 매스컴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기존의 시설재배 및 수경재배의 기술을 근거로 하여 더욱 발전시킨 새로운 농업생산 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식물공장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경제형 식물공장의 연구가 기대된다.
식물공장은 다양한 분야에 대응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대형 식물공장을 통한 오염되지 않는 식물의 공급이 열거되어 있다. 또한 미래형 농업생산 방식으로 도시 내에서 집약 생산, 친환경 개념, 에너지 자립 등의 개념을 가지는 수직농장도 하나의 적용 대상이며, 무중력-저압의 우주에서의 농업생산 방식 (우주농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작물생산 기술의 변화는 노지생산을 시작으로 시설원예, 수경재배, 식물공장 분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국내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고, 이러한 배경에는 원예분야, 특히 시설원예 분야의 연구자와 이들이 속해있는 한국원예학회,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 등 관련 학회의 공이 크다고 하겠다. 또한 해외농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의 일환으로 온실 설치를 포함한 시설원예 기술이 몽골, 동남아시아, 남미 등 다양한 개발도상국에 시행된 바 있다.
2013년은 우리나라의 시설원예-식물공장 분야에서 매우 의미있는 해이다. 세계적인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전문가 및 연구자 들이 대거 모이는 당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심포지엄(GreenSys2013-시설원예와 식물공장의 환경조절, 에너지절감, 작물생산에 관한 신기술)이 금년 10월6일부터 한국(제주)에서 개최된다. 이것은 한국의 시설원예-식물공장 기술 및 연구 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고,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국내의 관련 학문, 기술과 산업이 더욱 성숙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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