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농업자조금은 1992년 양돈과 양계 임의자조금을 시초로 축산분야에서 먼저 시작됐고, 2000년부터 파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원예작물로 확대됐다. 이후 축산분야 자조금은 의무자조금으로 바뀌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원예분야도 품목별 자조금이 도입되는 등 자조금은 현재 농수산물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FTA 등으로 인해 수입농산물이 봇물처럼 밀려들어 오고 있는 개방화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농가들의 자발적인 거출로 만들어지는 자조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원예산업신문에서는 축산과 원예분야에서 자조금사업의 선진사례로 파프리카와 한우자조금 사업에 대해 취재했다.
/연승우 기자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재배농가들 자발적 결성 원예자조금 선두주자
신선채소 수출 1위의 숨은 공신

파프리카 생산농가들이 원예 자조금제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시행된 2000년 12월 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를 결성하면서 한국의 파프리카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항공기 기내식용으로 제공하기 위해 제주도의 유리온실에서 처음 재배된 파프리카는 1998년 IMF 이후 화훼나 토마토, 오이 등 과채류 재배농가들이 경영악화를 타계하기 위해 수출작목인 파프리카로 전환했고 안정적인 수출로 인해 채소류 중 소득이 가장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재배농가가 늘어나면서 파프리카 수출과 국내 소비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자단체를 결성하게 돼 만들어진 것이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회장 김종운 영농법인 탐진들 대표)이다.
파프리카자조회의 주요사업으로는 ▲수출 및 내수촉진을 위한 국내·외 홍보 및 행사 ▲판로확대 및 신규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시장 조사 ▲신기술 보급 및 수급조절에 관한 회원 교육 ▲수급안정을 위한 출하조절 ▲자조회 관심사항의 개발, 연구 지원 등이 있다.
국내외 소비촉진을 위해 매체홍보와 요리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파프리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파프리카 파프리카의 지속적인 일본 수출을 위해서 파프리카자조회는 재배기술의 향상을 위한 컨설팅과 중장기적인 재배전문가와 산업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해 한국 파프리카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이날 요리 시연은
홍콩 TV에 방송되기도 했다.
파프리카 국내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매체에서 홍보를 진행해 국내 시장가격 상승과 내수 소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수출물량이 분산돼 일본 수출가격도 상승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김욱 파프리카자조회 사무국장은 “자조금 사업을 통한 홍보 효과로 가락시장 가격이 지난 5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교해 평균 kg당 2,167원이 상승했다”며 “전년 5월 대비 16%의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봤을 때 소비촉진 효과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파프리카자조회는 국내시장과 일본 수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해 국내 시장가격 및 수출가격에 대한 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변동이 생기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매년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파악하고 있고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양과 가격을 매일 체크하고, 일본 수출단가와 환율도 매일 기록해 변동 상황에 대해 즉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엔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파프리카 수출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자 파프리카자조회는 수출 신시장 개척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파프리카 수출선 다변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지난달 6일부터 9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된 홍콩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해 현지 프로모션과 바이어 상담 등을 진행해 수출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프리카자조회는 동남아 시장의 수출물량은 소량이지만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한 지역이라는 판단 하에 동남아 시장 수출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와 상담을 통해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프리카자조회는 참다래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예자조금을 도입한 후 생산자를 조직화하여 국내외 시장개척, 소비촉진, 수급조절 등 생산자조직 중심의 자율 수급체계와 산업체질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우산업은 농가들 스스로 지킨다
자조금 거출규모 300억원대 납입률은 94%

한우자조금은 2005년 5월 1일 의무자조금으로 농가들이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 1두당 2만원씩 거출하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한우 자조금 사업제도가 도입된 첫해 43억원(농가 거출금 28억원, 정부지원금 15억원)을 조성했고 2006년에는 123억여원(농가 거출금 72억여원, 정부지원금 38억여원)을 조성해 처음으로 100억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자조금 사업 3년만인 2008년에 238억원(농가 거출금 107억원, 정부지원금 80억원)을 조성해 200억원대 이르렀고 2013년 350억원을 조성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원예분야와는 달리 도축장을 통해 거출하기 때문에 납입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농가의 납입률은 2005년 66.6%에서, 2006년 88%로 올랐고 2011년에는 전국 평균 93.7%로서 대체적으로 높은 납입률을 보이고 있다. .
한우자조금은 자조금 납입률을 높이기 위해 한우협회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면서 농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자조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농가들을 독려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강성기) 홍보마케팅부 지혜선 주임은 “자조금 사업 첫해 자조금관리위원인 박종수 교수님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자조금의 필요성에 대해 열정적인 강연을 했고 지역대의원이 나서서 농가들 교육을 진행해 납입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지혜선 주임은 “한우자조금 거출기관인 도축장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한우농가들이 자조금을 납입하지 않는 도축장으로 출하를 거부하고 항의방문을 해서 도축장들이 자조금사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축장들은 거출금의 5%를 수납대행 수수료로 받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순수 농가들만의 자조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구성돼 있다. 유통업체와 대형마트 등은 자조금 사업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 지혜선 주임은 “한우농가가 14만 호인데 자조금은 농가들이 걷어서 한우산업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유통업체나 관련업계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협회와는 독립된 법인으로 248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가 있으며, 이사회 격인 관리위원회는 24명의 관리위원,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관리위원은 당연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농협, 소비자단체, 유통업체, 교수 등이며 선출직 관리위원은 대의원회에서 선출된다.
관리위원회는 사무국이 설치돼 있고 자조금의 사용내역과 사업집행 등은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돼있다.
자조금 규모가 2008년 200억원을 넘어 서면서 정부 보조금의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정부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자체적으로 자조금사업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 홍보뿐만 아니라 조사연구사업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지 주임은 “한우자조금 성과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을 연구기관에 의뢰하고 한우산업에 대한 모니터링, 수급균형을 위한 사육두수 유지방안 등도 용역을 발주해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한우자조금 효율성 분석용역에 따르면 계량경제모형의 추정결과를 바탕으로 2005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83개월간 약 448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해 월평균 약 286톤의 추가 수요를 발생시켜 자조금에서 지출한 광고비 1원당 평균 16.11원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2010년까지는 TV 광고 등 소비홍보사업비 비중이 가장 컸으나 2011년부터는 한우가격 안정을 위한 유통개선 등 수급조절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이외에도 한우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급육생산기술, 후계자 육성교육, 농장경영관리교육 등을 포함한 생산자를 위한 교육 및 정보제공사업, 조사연구사업 등을 통해 한우 고급육 생산기반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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