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2000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3.5℃로 1912~1990년 12℃에 비해 1.5℃ 상승해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보다 2.5배 더 크다. 기온상승으로 한반도에서는 아열대 기후 지역의 확장과 더불어 빠른 식생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너무 추워서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하던 백두대간의 고산지대에서도 앞으로 기온상승으로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농작물도 기후변화 적응 품종개량 및 기후변화 대응 새로운 품종도입이 이루어질 것이고, 또한 지역 특산물도 점차적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이런 농업생태계의 변화를 빨리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는 크기가 작은 미생물과 곤충이다. 이들은 일반 동·식물과 달리 개체 번식이 빨리 일어나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농작물 병해충 중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식물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다양한 변이와 유전자 재조합이 자연 상태에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서 주어진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한다. 2008년 우리나라의 남해안지역에서 담배가루이가 전염시키는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TYLCV)병이 처음으로 발생해 단지 4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의 토마토 재배를 위협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동남아 등 아열대지역에서만 발생하였던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짧은 기간에 정착하였다. 최근 국내 학술대회에서 이 바이러스의 새로운 계통이 출현하여 병의 증상 발현을 더 심하게 일으킨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대만 등 아열대지역에서는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병으로 평지에서는 토마토 재배가 불가하여, 바이러스를 옮기는 담배가루이가 생존하기 어려운 고산지역에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점차 한반도의 온난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러스를 옮기는 곤충이 살 수 없는 고도가 높은 백두대간에서나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는 재배적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는 곧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 식물 바이러스가 한반도 온난화의 위험성을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폭염, 한파,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의 급증이 한반도의 온난화를 가속화하여 자연생태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작물의 종류 변화로 식물 바이러스의 종류 또한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러스 자체 삶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고 다른 종의 바이러스들과 유전자 재조합으로 새로운 악성 바이러스가 형성될 기회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 또한 식물에 병을 일으키지 않고 단지 잠복하였던 바이러스도 환경여건의 변화에 따른 돌발 바이러스로 변하여 농작물에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아열대성 해충의 밀도가 높아지고 서식지역이 확대되고 있어, 바이러스병으로 농작물의 피해는 점차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온난화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상기후로 단지 직접 겪는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 등의 기후온난화를 예방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이상기후에 대응한 바이러스병 관리 예측기술을 개발하여 미래 식탁의 풍요와 안정함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 최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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