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식 잘못돼 화훼산업 위축 가속화
화훼산업이 이처럼 위축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2011년 1월 공무원행동강령에 ‘공무원이 승진·이동시 3만원 이상의 축하 화분을 주고받으면 처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화훼산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직사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업체, 금융권, 학교에 까지 확산돼 소비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선물금지 목록에 난·화분이 포함돼 경조사에 마음을 전하는 미풍양식이 금품이나 물건처럼 취급되고 있어 국민들에게 꽃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화훼산업 발전에도 커다란 장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 15일 스승의 날에도 화훼판매는 싸늘했다. 제자가 스승을 위해 꽃을 선물하는 것은 아름다운 문화로 내려왔으나 각 학교에서는 국민권익위 눈치를 보면서 꽃 선물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훼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전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사무실을 돌면서 “꽃의 정서적·산업적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무원에 대한 선물이라는 측면만을 부각시킨 난·화분 선물 금지 조치로 화훼산업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3만원 이상의 선물대상 규제목록에서 난·화분을 제외해 달라고 건의문을 전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우리나라 꽃 소비행태는 그 동안의 국민소득 증가에 힘입어 국민 1인당 화훼류 소비금액이 1980년 대비 30배나 성장하는 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조사용 꽃 소비량이 전체 소비량의 8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11일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안성)과 윤명희 의원(비례)이 국민권익위원장 앞으로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한 축하난, 화환 등에 대한 규제 재검토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유권해석을 통해 ‘금품, 향응’의 범위에 축하난이나 축하화환을 제외시켜줄 것을 적극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국민권익위는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이처럼 정부는 화훼를 과소비로 바라보고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화훼농업은 전국에 약 1만호의 농가가 종사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액이 2005년 1조원을 상회했고 2011년 8,215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농업부분에 있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화훼농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에 있어서도 정부의 화훼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인가하면서 화훼농가에 해당하는 ‘을’전기요금을 ‘을’보다 비싼 ‘병’으로 통합했다. 이로 인해 기본료 18%, 사용료 42%가 인상돼 농가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농사용전력 적용기준으로 ‘갑’에는 양수·배수 펌프 및 수문조작이, ‘을’에는 육묘 또는 전조재배가 해당된다. 이외 농업과 관련된 전력은 ‘병’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화훼농가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을’기준을 적용했으나 편의주의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병’으로 통합시켰다.
화훼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전기요금의 핵심은 기본요금 인상이 아니라 누진세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이전보다 요금이 31.5배로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인해 1,000평당 1년에 최대 1,00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되고 있는데 이정도의 생산비용이 상승되면 내수는 물론 수출경쟁력에도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화훼 원산지 단속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의심스럽다. 중국산 화훼가 과도하게 수입돼 국내농가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지만 원산지 단속이 제대로 안돼고 있다며 농가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명식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
女高 교육과정에 꽃교육 포함해야
화훼 수출시장 다변화 대책 절실
최명식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은 “유럽과 일본은 꽃이 생활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경조사 위주여서 이를 탈피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과목부터 꽃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정서적으로 불안한 젊은이들에게 꽃을 많이 접하게 하면 마음가짐이 안정성 있고 차분화게 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당장 시급한 것은 일본시장 편중에서 벗어나 화훼수출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 큰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영세 수출업체에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엔화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지난 2월말 기준 aT 수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 대비 장미 49%, 백합 20%, 국화 31%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시장에 한 변수가 발생하면 그 영향이 바로 국내시장에 파급되고 있어 시장 다변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화훼관련 연구사업에 현장을 가장 잘 알고 다양한 경험과 축척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화훼농가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몇 십억원을 들여 연구사업을 하고 있지만 농업기술은 농민을 따라가지 못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A라는 연구를 하면 다음 사람은 그 다음 단계부터 연구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진전이 없다. 누구를 위해 연구를 하는지 모르겠다.”
“선진국처럼 농민과 학계가 같이 손을 잡고 연구해야 한다. 농민에게 필요하지 않은 연구는 필요가 없다. 백합종구사업이 이뤄진 것이 뭐가 있느냐. 수출시장 다변화, 육종, 재배기술이 향상된 것이 없다.”
“골든시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학계위주로 농민이 제외돼 있다. 작년에 백합종구가 2,500만구 수입됐다. 골든시드 프로젝트에 의하면 국산종구를 개발한다고 했는데 양구를 하려면 300만평이 필요하다.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농민 밖에 없다. 연구하는 학계와 농민 간에 소통이 필요하다.”
23,100㎡(7,000평)에서 23년째 백합을 재배하고 있는 최 회장은 자조금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예자조금을 더 증액해야 하고 활용방법에 있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각 품목에 맞게끔 실용성 있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백합 같은 경우는 자조금으로 종구수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일본 수요층의 트렌드가 계속 변화기 때문에 옛날 것으로 계속 재배해서는 안된다. 적합한 종구를 수입해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최 회장은 “선진지 견학도 갈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 일본에 가서 시장조사를 실시해 소비자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고, 네덜란드에 거서는 어떤 구근이 만들어지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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