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 과소비로 인식, 경기침체 민감 반응

2005년까지 화훼생산액 증가를 주도한 품목은 절화류였으나 이후 감소한 반면, 분화류는 증가하다 최근 정체중이다. 절화는 이른바 3대 절화라 할 수 있는 장미, 국화, 백합의 비중이 크게 높아 특정 품목 중심의 생산구조라 할 수 있다.
재배면적과 농가수도 줄어들고 있다. 2005년 7,950ha, 1만3천호에서 2011년 6,833ha, 1만호로 급감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으로 인해 꽃 소비가 부진하다보니 유류대, 인건비, 농자재 값 인상으로 인한 농가의 자금난과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화훼산업 침체 원인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유통연구부 박기환 농업경제박사는 가정용 소비가 정착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선물용 화환이 87%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정용이 7.8%, 교육취미용이 3.3%, 사무실용이 0.6%다.
박 박사는 “꽃을 사치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꽃 매출은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며 소비가 줄어든다. 대부분 졸업식, 입학, 개업, 승진, 결혼, 장례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가정용 소비는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일본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집안에 불단이 있어 가정용 소비가 많다. 이러한 불단문화에 대응해 여러 종류의 꽃을 팩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우리의 화훼생산액은 일본의 1/6로 많지가 않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하나의 문화로 인식을 하면 일본처럼 꽃 소비가 많이 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소득이 높은 집을 제외하고는 가정용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박 박사는 덧붙였다.
가정용 소비가 정착되지 않은데다 정부에서 공직자를 대상으로 3만원 이상의 선물을 금지하는데 꽃을 포함하면서 전반적으로 사회분위기가 화훼에 대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개업이나 승진을 하면 축하화환 또는 난을 보내는 것이 서민문화로 이어져 왔으나 이마저 단절상황에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출도 감소, 수출물량이 내수시장에 몰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 엔화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지난 2월말 기준 aT 수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 대비 장미는 49%, 백합 20%, 국화 31%가 각각 감소했다.
수입물량도 늘어나 업친데 덥친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수입된 국화 수입량은 139만3천불로 지난해 54만2천불보다 60% 증가했으며 장미는 9만4천불이 수입돼 작년 5만1천불보다 40% 늘어났다. 카네이션은 5만9천불이 수입돼 지난해 7만5천불보다 감소했으나 2011년 4천불에 비하면 급격하게 증가한 셈이다.
■인터뷰 / 배인철 영남화훼원예농협 조합장
화환 재사용방지 모델 전국 확산해야
대량소비처 중심 실버인력 지원 필요
배인철 영남화훼원예농협 조합장은 “부산영락공원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조합에서는 올해 3월 부산영락공원을 방문해 장례부장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곳이 지속적으로 전국으로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는 연 700만여개의 화환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중 30% 넘게 재사용돼 이로 인한 화훼농가 피해가 55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영락공원은 지난해 1월부터 2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3월부터 2m가 넘는 대형 3단 근조화환의 반입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한국화원협회 부산지회 등과 협약을 맺고 공모를 통해 기존의 스탠드형 3단 근조화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개량형 모델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3단 근조화환 반입을 불허한 것은 너무 크고 운반과 진열이 어려운 데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같은 인조소재를 많이 사용해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재탕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이 심했기 때문이다. 개량형 화환은 크기와 부피가 기존 조화의 절반 이하로 줄고 인조 소재가 사라진 대신 생화 사용량이 늘고 가격도 5만~10만 원으로 다양하다.
울산하늘공원도 부산영락공원을 본받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국공립병원부터 시작해서 대형종합병원으로 화환 재사용 방지 운동의 확산이 요청되고 있다.
이외 화환 재사용 방지를 위한 모델로 서울(화환폐기단체 대한노인회 송파구지회)의 서울아산병원과 제주(제주화환재사용방지사업단)의 제주대학병원, 제주의료원, 한라병원, 한마음병원이 꼽히고 있다.
이들 단체에서는 파쇄장과 종량제 봉투를 이용해 재사용을 방지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 같은 경우 매월 5,000∼6,000개의 근조화환을 수거하고 있다. 안성(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의 안성의료원, 울산(지체장애인협회북구지회)의 울산대학병원, 언양보람병원, 영락원, 국민병원, 한마음병원, 대전(대전시화훼연합회)의 충남대학교병원도 화환폐기를 실시했으나 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중단과 동시에 사업이 마감됐다.
배 조합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실버인력의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환 재사용 방지를 위해 전국의 화환 대량소비처에 실버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인건비의 지원이 필요하다. 실버인력 일자리도 만들고 건전한 화훼문화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비 인상과 관련 배 조합장은 “면세유 배정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면세유 수요량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배정량을 늘려야 한다. 유류대 부담으로 꽃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화훼재배와 관련돼 ‘병’으로 인상된 전기요금을 조속히 ‘갑’으로 인하해 화훼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배 조합장은 “화훼가 돈이 안되다 보니 엽채류, 과채류로 품목을 전환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제사상에 오렌지, 바나나 등 수입과일이 올라가고 있어 국산농산물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에서 홍보를 많이 해 제사상에 국산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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