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시에 도시농부들이 느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인간에게 경작본능이란 게 있기도 하고 농산물의 안전성, 가격폭등 때문에 우리 가족 먹거리는 내가 생산해보자는 것도 심리도 작용한다. 물론 국민소득이 2만 불을 훌쩍 넘기며 이제 물질, 양 중심의 생활에서 삶의 질이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그동안 경제발전에 올인하다 보니 사람들은 물질만능 중심으로 가고 산업화 도시화를 추구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정서적 결핍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이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많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도시농업연구팀(박사급 14명, ‘10.4.1.)을 설치하여 전문 분야별로 3개연구실(환경개선: 공기정화 등 식물의 기능성 연구, 도시녹화: 옥상, 도로 등 인공지반의 원예적 이용기반 구축, 사회원예: 원예활동, 실내외 정원, 친환경 텃밭 연구)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으며, 특히 중장기적으로 ‘식물·인간·환경이 공존하는 도시농업 모델 개발’ 이라는 비전을 갖고 식물과 농업의 역할이나 가치가 확대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사실 도시농업이란 도시의 여러 공간에서 꽃이나 채소를 기르며 심신의 위안과 안정을 찾아가는 생산적인 여가활동이다. 즉 농촌농업과 달리 농사짓는 목적이 소득이 아닌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을 위한 것으로 경작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느끼며,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도시농부를 분석해 보자. 채소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즉 도시농부 2천명에게 물었더니 전체의 95%가 고추와 상추를 기른다고 했다(‘10, 농촌진흥청).
그러니까 ’도시농업‘ 하면 ’채소농사를 짓는 것이지, 꽃을 기르거나 정원을 가꾸는 것이 아니다‘ 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은 작물, 원예특작, 축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원예를 쪼개보면 채소, 과수, 화훼이며, 원예는 다시 생산원예와 소비원예로 나뉜다. 이 소비원예는 생활원예의 중심이고 바로 이 생활원예가 도시농업(도시원예가 더 가까움)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법을 만들면서도 기존의 농촌농업은 소득을 목적으로 하는 농작물 재배를 말하지만 도시농업은 생활원예 수준의 취미나 여가농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처럼 도시농부들이 지나치게 먹을거리 생산에만 치중하는 것은 우리 농업발전과 도농상생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농사, 그 활동자체를 통해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명의 존엄성, 잃어버린 공동체 정신과 나눔문화 회복은 물론 도시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통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건물과 도시건설 등의 효과에 이르기까지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테마로 인식해야 한다.
농업이 도시를 만나면서 그 역할이 훨씬 커지고 있다. 즉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먹을거리는 물론 미래세대 생명교육의 소중한 도구로써, 도시의 녹색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유지해 주며, 잃었던 공동체의식 회복, 일과 삶에 지친 도시민들의 힐링 수단으로써 농업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본 궤도에 오른 우리 도시농업이 식물·인간·환경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로 연계되고 도시민들의 정서수준 함양은 물론 도농이 상생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으로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연구팀장 송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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