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원예산업 활로를 모색한다 / ② 고품질과 안정적 물량 확보로 시장을 지키자
침체된 원예산업 활로를 모색한다 / ② 고품질과 안정적 물량 확보로 시장을 지키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04.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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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EAR 등 단일 수출브랜드로 공동마케팅 해야

▲ 대만수출용 배 선과장인 아산원협 APC
우리나라 과일소비량은 연간 1인당 68kg까지 늘었다가 2008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최근에는 58kg으로 줄었다. 과일 소비량이 매년 줄고 있는 가운데 과일 수입은 증가해 국내에서는 과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사과, 배 등의 과실 수출이 되지 않으면 국내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가격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배 생산량이 30%가까이 줄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했지만 미국과 대만의 수출량이 줄어든다면 앞으로 국내 배 농가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농산물 수출은 외화 획득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국내 농산물 수급조절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된 수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대폭 감소한 수출물량

▲ 최근 사과·배 수출 현황(단위 : 천불)
국내 신선농산물 중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사과와 배는 2011년 생산량 감소와 대만의 사과 잔류농약 전수검사 실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금액이 급감했다. 사과는 2009년 1963만불까지 수출했으나 2011년 반으로 줄고 2012년 590만불로 대폭 줄었다. 배 역시 2010년 5411만불에서 감소하는 추세이다.
사과는 수출이 줄어들면서 대만시장을 중국에게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11년의 경우 일본 사과가 방사능으로 인해 대만에서 소비가 감소했지만 이 틈새를 국산 사과가 장악하지 못했다. 대만의 전수검사 조치 이후 농가들이 수출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국내 검사 또는 대만에서의 검사에서 잔류농약이 발견되면 이에 따른 패널티를 받지 않으려고 수출물량을 대폭 줄였다.
배는 2012년 수출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2013년 1~3월 수출 실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2013년 수출실적이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 위협받는 국내 과실 시장
지난해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12 농업전망에서 사과 관측은 이슈를 불러왔다. 한미 FTA 발효와 함께 미국산 사과가 빠르면 9월에 수입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사과 수입검역협상이 위험평가 5단계여서 수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검역협상은 지난해에 크게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산 사과 수입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산 동양배가 미국과 검역협상이 완료됨에 따라 국내로 수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검역조건을 갖췄다면 한국의 검역조건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에 따르면 중국과 사과, 배 수입검역협상은 진척이 없다. 다만 중국과의 FTA 협상과정에서 사과에 대한 지역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의 경우에는 위험평가단계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식물검역부 관계자는 “사과와 배는 민감한 품목이라 검역협상을 신중히 해야 하며 아직 위험평가가 시작되지 않았고 중국의 요청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검역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최소 2~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만일에 대비해 국내 과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체리와 오렌지 등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산 과채류와 과실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어 국내산 과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 농가 의식개혁 필요

▲ 러시아로 수출되는 한국 사과
한국의 신선농산물 수출은 국내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내 수출업체의 불만도 수출물량확보가 어렵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국내 가격이 높으면 수출물량이 줄고 가격이 낮으면 수출물량이 늘어나 안정적인 수출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농가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국에 일정물량을 꾸준히 수출해야 하는데 국내가격이 높으면 농가들이 수출물량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며 “수출검역까지 완벽하게 받은 농가들이 국내 가격이 높아지면 일부러 수출검역을 포기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수출업체 또는 품목농협과 계약한 수출물량에 대해서는 국내 가격과 상관없이 약속을 지켜야 수출시장을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농가들이 눈앞의 이익만으로 계산하지 말고 수출물량을 꾸준히 출하해야 국내 과실 수급도 안정되고 수출도 지속할 수 있다.
수출물량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출전업농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과, 배 등 수출만을 목표로 재배하는 농가들을 육성해 수출국 기호에 맞게 품종을 도입해 재배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난립한 수출업체 과당경쟁 유발
한국배연합회(회장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가 최근 발간한 FTA 대응 한국배 해외수출 확대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배 수출단지 21개, 선과장 86개가 지정돼 있고 배 수출업체는 23개이다. 배 수출업체의 평균 수출액은 101만불, 평균 수출물량은 393톤으로 영세한 수준으로 과당 경쟁을 하고 있다.
수출업체의 규모가 작다보니 마케팅 비용부담으로 인해 시식행사, 전단지 광고 등의 소극적 마케팅만 하고 있다. 또한 품질관리도 미흡해 수출업체의 68.8%가 바이어로부터 품질문제로 클레임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배의 변색, 부패, 벌레, 곰팡이 등으로 저장 배를 수출하는 경우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만에서 발생한 조생종 배 품질문제가 하루 이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수출업체가 많다보니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이 가장 큰 문제이며 안정적인 판로 확보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배는 대미수출배협의회가 결성돼 단일창구화 돼 있다. 수출업체와 주산지 품목농협 등이 참여해 수출단가를 협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농가들의 의견도 반영이 되고 업체의 의견도 농가들에게 전달되지만 대만의 경우 협의회가 유명무실해 농가나 수출업체의 문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더욱 경쟁만 과열되고 있다.

# 공동브랜드 공동마케팅 절실

▲ 미국으로 처음 사과를 수출한 충북원협 충주APC
사과, 배의 해외 마케팅은 주산지별로 지방자치단체에서 1회성 판촉행사를 하거나 해외 농식품 박람회 등에서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행사를 하는 경우가 다수를 이룬다. 지자체별로 또는 농협별로 행사를 하다 보니 홍보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적다.
수출업체들도 동일 국가 내에서는 공동 판촉, 공동설명회 등의 공동마케팅이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하지만 공동마케팅을 하기 위한 수출창구 일원화에는 소극적이다.
공동브랜드를 사용해 공동마케팅을 하게 되면 규모화된 홍보행사도 가능하고 중국산 과실과 차별성도 높일 수 있다. 한국배연합회는 중국산 동양배 미국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만든 수출브랜드 ‘K-PEAR’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미국, 대만, 중국 등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교포시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도 배는 K-PEAR로, 사과는 한국과수농협연합회에서 만든 썬플러스(Sunplus)로 공동브랜드로 활용해 공동마케팅을 해야 한다. 공동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면 품질의 균일화와 고급화도 병행적으로 따라 온다.

# 수출국 다변화 필요
대만시장의 최소시장접근물량은 최대한 확보하면서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시켜야 한다. 대만,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과실이 입맛에 맞는 수출국을 찾아야 한다. 또한 수출용 품종을 재배하는 수출전업농 육성도 고려할 만 하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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