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파인들이 겪는 고통은 무엇인가? 몇 가지만 짚어보자.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접해 겨울 한파가 몰아치면 혹독한 냉해를 입는다. 인력 수급은 양호한가? 천만의 말씀이다. 나쁜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농번기에는 아예 인력을 구하기조차 어렵다. 한술 더 떠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심심찮게 수입을 하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가격이 폭락하고 농가들이 모든 피해를 뒤집어쓴다. 거기다 양파를 1년에 한번 밖에 생산할 수 없어서 6월에 생산된 양파를 차기년도 4월까지 보관해야 한다. 부패가 잘 되는 양파를 그것도 장장 4계절을 저장해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정도면 농업전문가는 어떤 진단을 내리겠는가? 당연히 우리나라는 양파농업을 포기하고 다른 작목을 택하라고 한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양파농업인은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고품질의 양파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재배지역이 다양해 2계절만 저장해도 되는 일본 양파와 4계절을 계속 저장되는 우리나라 양파는 품질과 기술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수한 품질이 아니고서는 우리나라 양파 농업인은 생존조차 할 수 없다. 대다수의 국내 소비자는 중국산 양파가 가격이 낮아도 구입할 의향이 없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농업인들은 FTA를 맞이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의 구매는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양파처럼 우리나라 농산물이 값싼 중국산 보다 우수하고 이익이라는 점이 알려진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양파농업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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